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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낙화를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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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20  17: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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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오던 날, 지난 4월 13일 총선 투표를 했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회초리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백신이다. 투표는 민주주의의 인큐베이터다. 투표에 대한 단상과 벚꽃이 겹쳐진다. 벚꽃의 절정! 벚꽃의 쇠락! 벚꽃의 절정과 쇠락은 같이 온다. 순간이 절정이고 순간이 쇠락이다. 이런 벚꽃의 낙하를 보고 있는 내 맘도 낙하를 한다. 생각이 많은 날은 길다. 이런 저런 생각은 봄날을 엿가락처럼 늘어지게 한다. 시금한 냄새가 나는 쉰 줄 중간에 앉은 사내의 마음은 강처럼 깊어진다.

제20대 총선 개표 결과 호남의 총 28개 선거구 가운데 국민의당은 광주 8석, 전북 7석, 전남 8석 등 23명의 당선자를, 더민주당은 3명의 당선자를, 새누리당은 2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특히 더민주당은 전남에서 우리 함평이 속한 선거구인 담양‧함평‧영광‧장성에서 이개호 후보가 유일하게 당선 되었다. 아직도 선거유세장과 유세차량의 확성기 소리가 귓전을 맴도는데, 백설희(본명 김희숙, 1924~2010)가 1953년 발표한 노래 ‘봄날은 간다’를 가만히 읊조려 본다. “알뜰한 그 맹세에” “실없는 그 기약에” “얄궂은 그 노래에” 봄날이 가고 있다.

꽃을 보는 마음은 꽃을 즐기고 싶지만 꽃이 기다려 주지 않는다. 내가 프러포즈를 하기도 전에 꽃은 한 생을 마감하고 만다. 봄꽃은 꽃핌이 길지 않다. 아무리 화려한 꽃도 우리가 즐길 시간은 화려하지 않다. 그것은 씨앗을 만드는 것에 대한 강박감이 작용한 것인지도 모른다. 봄꽃은 꽃핌보다 씨앗이다. 그렇기에 서둘러서 꽃시절을 마감한다. 사람들이 보기에는 안쓰러운 일이나 꽃을 피우는 식물의 입장에서 보면 다행스러운 것이다. 하나의 과정으로서 꽃핌이니 꽃이 떨어지는 것은 씨방을 만들기 위한 과정으로 들어섬이다.

봄을 봄답게 하는 꽃들은 유실수가 많다. 열매를 목적으로 하는 꽃이다. 매화, 벚꽃, 배꽃, 사과꽃이 그 대표적인 것이다. 매화축제, 벚꽃축제, 배꽃축제 또는 이들의 이름을 딴 촬영대회 등 많은 봄행사와 함께하는 꽃이다. 봄의 꽃들 앞에서 열매를 상상하는 것은 이들 꽃에 대한 솔찬헌 모독이 될 수도 있다. 봄날, 따스한 햇살이 내리는 가운데 이들 꽃을 보면서 탐스런 열매를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의 행동이나 생각은 이렇다. 그러나 꽃나무들은 열매를 꿈꾸며 꽃을 피운다. 꽃이 피면 온갖 향기로 벌 나비를 불러들인다. 수정을 위한 것이다. 피운 꽃을 열매 맺기 위함이다.

꽃에 대한 헌사는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는다. 꽃이 아름다운 것은 소멸하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리라. 소멸하지 않고 계속 그대로 있다면 아름답다는 감정이 지속되지 않을 수도 있다. 사람이 청춘에 대한 헌사를 하고 노래하는 것은 청춘도 시들기 때문이다. 지나가기 때문이다. 다 한 때라는 것이다. 소멸이 예비 되어 있어 아름다움은 완성되는 지도 모른다. 모든 사라지는 것들이 불멸을 웅변으로 말해주는 것은 아닐까? 사라지는 것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불멸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멸의 미학은 없다. 인간은 불멸을 꿈꾸지만 불멸은 인간의 것이 아니다. 모든 인간을 태어나면 죽는다. 이 당연한 진리를 믿지 못해서 벌어지는 일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춘추전국시대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의 욕심이다. 영생하기 위해서 불로초를 구했지만 결국은 소멸했다. 소멸의 품으로 돌아갔다. 주어진 삶을 아름답게 살기 위해서는 소멸을, 죽음을 예비하며 사는 것이다. 옛 어른들은 미리서 자신의 묘지명을 썼다. 이는 죽음을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죽음을 삶의 과정으로 생각하는 것이 인생을 아름답게 한다. 불멸은 신의 것이고, 소멸은 인간의 것이다.

햇봄, 사무실 창 너머 핀 매화를 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저 꽃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저 단단한 나무 밑동 속에 저런 꽃이 숨어 있었다니, 놀라워라. 내공이 있는 이들은 꽃 보면 열매를 안다. 그런데 벌써 꽃 지고 잎 핀다. 잎 피고 열매 핀다. 아직은 콩알 같다. 2016년 4월도 간다. 봄날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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