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함께 자연과 함께’

©최성규 회장

단지 돈을 많이 벌어들이는 일이라면 수완 좋은 장사꾼이면 다 할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부를 창출하고 재분배하며 사회에 환원하는 일은 자기신념과 철학이 있는 기업인만이 할 수 있다.

함평농공단지에 입주해 있는 천지환경(주)은 그런 기업윤리를 실천하는 우리 지역의 대표적 회사다. 천지환경(주)은 작년 10월말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 분야에서는 전국 최초로 한국장애인 고용공단으로부터 장애인표준사업장 인증을 받았다.

회사에 장애인을 다수 고용하고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춘 모범사업장으로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에 앞서 천지환경(주)은 장애인 특수학교인 함평영화학교와 ‘장애인고용 관련 협력기관 협약’을 맺는 등 장애인 고용에 꾸준한 관심을 보이며 기업의 모범을 보여 왔다.

 

장애인 고용에 관한 천지환경(주)의 특별한 실천에는 최성규 회장의 철학과 의지가 담겨 있다. 최 회장은 90년대만 해도 1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제조업을 운영하는 대표였다. 하지만 IMF를 맞아 회사가 경제적 난관에 빠지고 그때 돈도 많이 잃었다. 하지만 돈만 잃은 게 아니었다. 또 한 가지 그를 실망시킨 것은 사람들이었다. 그때 직원들에게 많이 시달리고 나서 그가 깨달은 것은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 즈음에 함평에 천지환경(주)을 설립하게 된다. 그리고 직원 중 일부는 소외된 사람들을 쓰기로 마음먹는다.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주고받기 식’의 사무적 관계가 아니고 그들에게는 반대급부에 대한 기대 없이도 그저 베풀 수 있다는 생각에 그때부터 장애인 고용에 대한 관심이 생겨 장애인을 고용하기 시작한다.

물론 장애인 직원의 경우 처음에는 작업효율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나 꾸준한 작업을 통해 일정기간 숙련이 되면 그때부터는 일반인과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곧 잘 해내는 것이다. 사무의 성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장애인 고용문제는 사실 기업의 효율성보다는 사회적 편견이 더 크게 작용하는 문제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되려면 일단 사무실의 문턱부터 없애야 하고 여러 가지 장애인 편의시설도 갖추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들이 붙는다. 그래서 기업들이 기피한다.

반면 최 회장은 그렇게 ‘사람과 함께’ 하는 가족 같은 기업을 꿈꾸며 15년간 지속적으로 장애인 고용을 고집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일반회사에서는 달성하기 힘든 장애인 고용률 최소 35% 이상을 꾸준히 유지해 오고 있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곳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편안해 보인다. 그것은 단순한 수치적 문제를 넘어 가족 같은 편안한 작업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회사의 특별한 노력이 있음을 암시한다.

 

최성규 회장은 “비장애인과 장애인간에 차별이 없는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각자 개성에 맞는 업무분야에 근무할 수 있도록 작업을 지도하고 또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환경(주)의 기업정신을 떠받치는 한 축이 ‘사람과 함께’ 라면 또 다른 한 축은 ‘자연과 함께’다. 건설폐기물을 자연에 그대로 버리면 자연훼손과 파괴로 이어지지만 그것을 가공해 건설에 재활용하면 그만큼 자연을 보호하게 된다.

최 회장은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을 시작하면서 그러한 자연보호에 일조한다는 마음에 큰 보람을 느꼈다. 그래서 기존 처리방식보다 좀 더 진일보한 방법들을 고안해내기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천지환경(주)은 건설오니(슬러지) 처리에 있어서 전국 최초로 자연건조 방식에서 열처리 방식으로 전환하는 기업이 된다.

자연건조 방식은 장소를 많이 차지하고 시간문제와 환경문제, 위생문제 등을 일으키고 민원이 자주 발생한다. 반면 열처리 방식은 그 모든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해준다. 기업의 혁신은 그렇게 신기술로 이루어진다.

그렇게 연구개발에 투자한 결과 천지환경(주)은 골재제조와 이물질 선별, 건설오니의 탈수·건조 시스템 등 관련특허 10여개를 보유하고 있고 세립분리회수장치에 의한 순환잔골재 건식 생산기술과 고속회전 콘크라샤의 도로보조기층용 순환골재 생산기술 등 환경 신기술도 2건을 가지고 있다.

©(주)천지환경 공장 전경

환경폐자재는 원칙적으로는 발주자가 분류를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건설폐기물 업체에서 처리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폐기물 사업 초창기에는 산업폐기물 처리기계가 없어서 일부 비양심적 업체들이 환경폐자재를 불법으로 몰래 유기하는 일도 있었다. 환경폐자재 업체가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보니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때 반대로 폐기물을 자원화하면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산업폐기물을 수거하고 그걸로 저렴하고 양질의 재활용 순환자재를 만든다는 것은 사회에 큰 기여가 되는 일이었다.

“그대로 유기하면 자연을 훼손시키는 산업폐기물을 재처리해서 순환자재로 만든다는 데 큰 보람이 있죠. 폐기물을 유익한 건설자재로 생산해내는 것이 곧 자연보호죠.”

천지환경(주)은 환경폐자재를 위생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여러 신기술들을 의욕적으로 개발했고 그 중 하나가 폐아스콘을 상온 처리해 순환골재로 만드는 기술이다. ‘리바콘’이라고 부르는 상온 재생 아스콘이 그것이다.

순환골재인 리바콘은 아스콘 생산가격을 낮출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환경보호의 상징이다.

도로포장은 보통 보조기층, 기층 포장, 표층 포장, 이렇게 3단계로 들어가는데 천지환경(주)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운데에 들어가는 기층포장용 아스콘이다.

©직원들이 점심식사후 휴식시간에 탁구를 치고 있다.

광주, 전남에서는 처음으로 폐아스콘을 이용해 재활용 아스콘인 리바콘을 생산해 냈지만 처음에는 리바콘에 대한 인식이 낮아 발주처가 거의 없어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하지만 리바콘의 장점이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각 도나 지자체의 인식도 높아지고 제도적으로 많이 개선되었다. ‘재활용 = 자원화’라는 인식이 어느 덧 긍정적 사고로 바뀐 것이다.

“업계 사람들이 저희 공장에 오면 너무 깨끗해서 좋다고들 얘기합니다. 하지만 건설폐기물 중간처리업은 3D업종으로 비산먼지 발생문제 등 태생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고, 어떻게 하면 그러한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느냐를 끊임없이 고민해야 합니다. 펜스, 방진막, 살수 시설 등 작업환경 개선에 대한 끝없는 노력으로 좀 더 쾌적한 작업환경을 만드는 것이 남은 과제죠”

최 회장은 직원들이 쉴 수 있는 별도의 쉼터와 운동공간을 준비 중에 있는데 현재 문화재 지표조사 등 허가문제로 착공이 지연되고 있다. 최 회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기업 복지론을 이야기 했다.

“출근부터 퇴근까지, 회사는 낮 동안에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웃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 복지라고 생각합니다.”

“구내식당도 산해진미는 아니지만 인공 조미료 사용 않고 집에서 나오는 밥처럼 담백하게 나옵니다. 회사직원들 뿐만 아니라 밖의 식당을 이용하던 기사들도 이제는 모두 구내식당에서 와서 먹죠.”

복지는 거창한 것이 아니고 직원들로 하여금 회사를 집처럼 느끼게 만드는 작은 실천에서 출발한다는 기업철학.

“처음에 최저임금으로 들어온 장애인들이 이제는 숙련공이 돼 전문가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성취 욕구를 달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게 기쁜 일이죠.”

최 회장이 역설하는 기업가 정신도 단순명료했다.

“기업가는 그저 사업 열심히 하고 운영을 잘 해서 직원들의 생활에 도움을 주고, 또 거기에 맞게 재분배를 잘 하면 됩니다. 그게 저의 소신이자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천지환경(주)은 국세청으로부터 지난 3월 납세자의 날에, 모범 납세자의 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동안 기업들이 이익을 창출하면 지역사회에 환원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이제는 기업들도 마인드를 바꾸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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