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밭에 자연방사, ‘풀도 잡고 알도 낳고’ 일석이조

 

나산면 수상리 월현마을에 들어서면 유난히 우렁차게 수탉이 홰를 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언덕에 올라서면 멀리 뽕밭에서 닭들이 모이를 쪼아 먹는 정겨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곳은 월현마을에서 ‘건강누에농장’을 운영하는 유원상(47) 씨의 농장이다.

함평에서 가장 많은 오디를 출하한다는 이곳에서 누에와 뽕 오디 전문가로 통하는 유 씨가 4년째 닭들을 뽕밭에 자연방사해서 키우고 있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이곳 뽕밭은 전체 2,000여평이 되는데, 가장 힘든 것이 제초작업이었다. 농약을 쳐도 되겠지만 지역에서 오랜 세월 농민회 활동을 해오고 있는 유 씨는 농약의 폐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농약 없이 뽕을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그 넓은 밭을 일일이 사람 손으로 제초하자니 혼자 힘으로는 힘들고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더군다나 고령화로 인해 인부 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그가 짜낸 묘안이 뽕밭에 닭을 방사해 풀을 뜯어먹게 하는 것이었다.

“실제 뽕밭에 닭들을 풀어놓으니 과연 닭들이 풀을 잘 뜯어먹더군요. 게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풀 뿐만 아니라 땅에 떨어진 오디까지 아주 잘 먹습니다.” 이 모습을 보고 유 씨는 뽕밭에 닭들을 좀 더 방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4년 동안 그렇게 조금씩 늘려가다 보니 현재는 약 400여두 정도가 되었다. 300두 정도는 고기용으로 출하할 계획이고 100두 정도는 유정란을 얻기 위한 목적이다.

그런데 두수가 늘다보니 뽕밭의 풀이나 땅벌레만으로는 먹이가 부족했고 따로 모이를 충당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유 씨는 다른 농사도 짓고 있기 때문에 농산부산물을 이용하면 사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키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사료 자체의 문제도 있었다. 사료 가격도 너무 많이 올라 부담스러운 데다가 무엇보다도 건강상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재 유통되는 가축사료의 주원료는 옥수수인데, 원료의 거의 대부분이 다국적 곡물회사가 공급하고 있는 유전자 조작식품(GMO)이라는 점이다. 거기에 또 많은 사료들에 항생제가 들어가고 있다는 사실도 그를 망설이게 했다.

유 씨는 기왕 대체농법으로 닭들을 키우기 시작했으니 사료 없이 키워보자고 마음먹고, 부족한 모이는 직접 지은 농사에서 부산물로 얻은 쌀겨와 배추, 무, 보리 등으로 충당했다. 땅벌레가 별로 없는 시기에는 단백질 공급을 위해 조개껍질을 빻아서 주고 또 겨울에는 누에 변을 사료로 준다.

닭은 처음에는 주로 여름철에만 반짝 출하를 했는데 이제는 제법 입소문이 나서 일부러 이곳을 찾는 단골들도 생겼고 사계절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요즈음 계절 관계없이 한 달에 30-50마리 정도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물론 자연방목으로 키우다보니 단점도 없지 않다. 사료로 키울 경우 4개월 정도면 출하가능한데 자연방사로 키우니 성장이 더뎌 6-8개월 정도 걸린다. 출하시기가 늦어지니 그만큼 손해인 것인데, 손해는 보지 않는다. 사료를 사다 먹이지 않고 농산부산물로만 먹여 키우니 수지를 맞출 수 있었던 것.

고기로 나가는 닭의 경우 일반 토종닭 출하가격과 동일하게 마리당 25,000원에 출하하고 있고 유정란은 30개 한판에 15,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개당 500원으로 시중 계란에 비해서는 좀 비싼 편이지만 건강을 생각한다면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인 셈이다. 특별히 홍보하진 않았지만 최근 들어 입소문을 타고 자연방사 유정란을 찾는 분들이 많아져 앞으로 출하량을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하루에 1판(30개) 나가는데 3판(90개) 정도로 늘려볼 요량이다.

여기서 소비자들이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유정란’에도 구분이 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수정만 되면 ‘유정란’이란 말을 붙일 수 있기 때문에 일반 사육방식을 고수하면서 암탉에 정액주사를 맞혀 수정시켜 만든 달걀도 유정란으로 시중에 많이 유통되고 있다. 일종의 ‘짝퉁 유정란’인데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항생제 방사 유정란인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자연방식으로 키워보니 고기의 육질에서도 차이가 난다. 일반 토종닭은 가슴살이 퍽퍽한데 이곳 닭은 가슴살이 양은 적지만 육질이 아주 뛰어나 식감이 매우 좋다. 맛으로 승부를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옛날 시골닭처럼 모래주머니가 아주 큰 것도 특징이다. 자연방사 닭은 식성이 좋아 돌이고 모래고 다 먹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타고난 소화력을 자랑한다.

유 씨는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었다. 작년에 육계(흰닭)를 시험 삼아 100마리 정도 키워봤는데, 가둬서 키울 때는 엄청 잘 크더니 방목을 하자 얼마 못가 다 죽더라는 것. 그래서 알게 되었다. 육계 품종은 채소만 먹고는 살지 못하고 단백질 공급을 해주어야만 클 수 있다는 점이다. 토종닭과는 완전히 체질이 변한 것 같다. 그래서 자연방사하면 먹이가 부족해 자기들끼리 잡아먹거나 그대로 굶어죽는다고 한다.

자연방사 닭과 유정란의 장점은 아주 많지만 유 씨의 본업이 누에와 오디이기 때문에 닭의 두수를 마냥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규모가 너무 커지면 기존 축산으로 갈 수밖에 없기에 자연방목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개체수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게 좋죠.” 수용 가능한 형편만큼만 조금씩 늘릴 계획이라는 것이 유 씨의 방침이다.

 ‘건강누에농장’ 010-2631-8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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