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365일 손님들로 북적대는

© 서울시 강서구 화곡동 전주뼈해장국 전종선 대표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가면 ‘이 집 모르면 간첩’인 식당이 있다. 30년 전통의 전주 뼈해장국집이 오늘의 주인공. 이곳에 오면 일단 앉을 자리가 없을 만큼 손님들로 바글거린다. 따로 광고를 할 필요도 없다. 손님들이 끊임없이 들어오기 때문에 주문하면 3분 안에 메뉴가 나올 만큼 로테이션은 빠르다.

큼직하고 살이 많은 국내산 돼지뼈와 우거지가 뚝배기 가득 담겨 나오는 뼈해장국은 진하고 구수한 국물맛 때문에 한 번 맛보면 꼭 다시 찾게 되는 메뉴다. 푹 삶은 뼈에 젓가락을 갖다 대면 뼈에 붙은 부드럽고 푸짐한 살들이 옷을 벗듯 사르르 벗겨져 나와 식객의 입맛을 자극한다. 잘 익은 육질은 식감이 아주 뛰어나고 어린 아이들이나 노약자들이 씹기에도 부담이 없어 사철 영양보충 음식으로 그만이다.

이곳 뼈해장국에는 콜라겐이 듬뿍 붙은 물렁뼈인 돼지 도가니(무릎)뼈가 하나씩 섞여 나오는데, 쫀득쫀득한 그 맛을 보려고 이곳을 찾는 손님들도 많다. 수입산 원료를 취급하는 다른 식당에서는 맛볼 수 없는 이곳만의 자랑이다.

그리고 제대로 맛이 밴 넉넉한 우거지 또한 잊을 수 없는 고향맛이다. 그때그때 퍼서 담아주는 쌀밥과 새콤한 깍두기, 씹을수록 아삭아삭한 아사기 고추의 조화, 군침이 절로 나는 음식궁합이 아닐 수 없다.

화곡동 제일의 맛집인 전주 뼈해장국집의 대표는 전종선 씨. 손불초 31회인 함평향우다. 전국체전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인 전 대표는 타고난 뚝심과 근성으로 함평 손불농협에 7년간 근무할 때에도 마을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앞장서서 해결했던 의리파였다.

함평고등학교 설립 시에도 주변의 부탁으로 서무과장으로 2년 근무하게 되는데, 당시 사립학교의 열악한 재정상황을 외면할 수 없어 전 대표는 사재를 털어 넣게 되고 결국 이래저래 경제적으로 힘든 처지에 놓이게 된 전 대표는 가족과 함께 서울에 상경하게 된다.

큰 돈 없이 서울에 올라온 전 대표는 처음에는 지인의 말만 듣고 전자제품 인가공업을 시작하지만 보름 만에 그만두게 된다. 부양할 가족에 대한 압박감을 받으며, 서울에서 뭘 하면 좋을지 연구하기 위해 부부가 한동안 발품을 팔며 서울 시내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어느 복덕방 노인과 인연을 맺게 되는데, 그 노인이 소개해 준 곳이 바로 지금의 전주 뼈해장국집이다.

식당을 인수하기로 했지만 인수비용이 부족하자 부족한 금액은 벌어서 바로 채워주겠다고 전 주인과 약속하는 등 우여곡절을 통해 시작한 식당은 처음부터 장사가 잘 되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 바로 근처로 원조 전주해장국집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전 주인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전종선 대표에게 식당을 넘긴 것이었다. 새로 들어온 원조 전주해장국집은 시시때때로 전 대표에게 시비를 걸어왔고 전 대표는 특유의 뚝심으로 상대의 기세를 꺾어놓았다.

© 전주뼈해장국 건물외부와 실내풍경,  뼈해장국과 감자탕

그 후 전 대표의 전주 뼈해장국집은 줄곧 승승장구하게 되고, 반면에 원조 전주해장국집은 5번이나 계속해서 주인이 바뀌며 망해나가게 된다. 전 대표가 승승장구하게 된 데에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그는 하루에 3~4시간만 자면서 돼지뼈를 구입하기 위해 온종일 서울 시내 정육점들을 돌아다녀야 했다. 돼지 1마리당 4~5킬로의 등뼈가 나오는데 식당에서는 하루에 돼지등뼈 500킬로를 소비하던 상황이었다. 정육점 수백군 데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확인하고 구입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장사가 잘 될 때에는 서울 시내 모든 손님이 ‘전주 뼈해장국집’으로 몰려오는 것 같았다. 개중에는 택시비 5만원을 들여 식당을 찾아와 해장국 한 그릇 먹고 돌아가는 손님도 있었다. 초창기에는 택시기사들이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택시손님들이 식당을 물어보면 택시기사들이 손님들에게 이곳을 추천해서 데리고 오곤 했다. 전성기 때에는 주중 하루 1000그릇, 주말 하루 1500그릇 씩 나갔다. 지금도 주중 하루 800그릇, 주말 1200그릇씩 나간다.

전 대표가 전하는 전주 뼈해장국집의 장수비결은 하나다. 식당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현재가 맛이 똑같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 재료선택에는 원칙을 둔다. 돼지뼈 뿐만 아니라 쌀과 고추, 우거지, 무, 고추 등 품질유지를 위해 30년 전 처음 거래했던 업체와 그대로 제휴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전 대표는 “돈은 먹고 살 만큼만 벌면 된다”고 말한다. 최선을 다하되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습관이 건강한 생활로 이어진다고 역설한다. 이제는 아들에게 식당 경영을 맡겼지만 그래도 매일 이곳에 나와 꼼꼼히 챙기는 전 대표. 3대가 가는 식당을 하는 게 그의 작은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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