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고을 차림상' 오감만족 꽃게장 상차림

 

밥맛이 없을 때 상에 올리면 밥 한 그릇이 뚝딱 사라진다는 밥도둑 꽃게장. '꽃게장' 하면 광주시 광산구 동곡의 꽃게장 백반거리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이곳 꽃게장 백반거리의 여러 식당들 중에서도 최고의 맛집을 꼽으라면 단연 ‘빛고을 차림상’이다.

이곳은 재료부터 다르다. 요즘은 수지타산 때문에 주변의 대부분 식당들도 중국산 냉동꽃게를 사용하지만 '빛고을 차림상'의 이소순 대표(사진·47)는 동해바다에서 잡은 국내산 선동꽃게만을 고집한다. 작은 차이 같지만 결국 원료가 맛을 결정하는 것이다.

선동꽃게는 바다에서 갓 잡은 살아 있는 게를 급속냉동처리하기 때문에 일반 냉동꽃게와 달리 신선함과 씹는 식감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그래서 살아있는 생물꽃게와도 맛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다. 푸짐한 속살과 꽉 찬 알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에 맛이 부드러울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 고소한 향이 난다.

함평 성남초 33회로, 함평여고를 졸업한 이소순 대표가 동곡에 시집와 살다가 이곳에 처음 식당을 열게 된 것이 2001년이다. 그때 만해도 동곡에 꽃게장백반집은 단 3곳에 불과했는데 어느 덧 유명세를 타게 되고 지금은 10여 곳의 식당들이 성업하고 있다.

이곳 동곡 꽃게장 백반거리는 지금은 ‘풍요해’라는 꽃게장 백반전문 브랜드로 통한다. 대도시 외곽에 자리 잡고 있지만 맛을 찾는 사람들이 입소문을 타고 계속 찾아와 이제 서남부권에서는 가장 유명한 꽃게장 백반거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곳에서 비교적 일찍 식당을 시작해 자리를 잡았던 이 대표는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최고의 꽃게장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여러 시도들을 해왔고 마침내 ‘빛고을 차림상’만의 레시피를 개발하게 되었다.

여러 과일과 매실액기스, 마늘, 생강 등이 들어가는 양념게장은 양념자체를 최적의 조건으로 숙성하기 때문에 진한 향이 그대로 우러난다. 보통 집에서 양념게장을 만들 경우, 양념과 꽃게살이 서로 겉도는 느낌이 있는데 맛의 궁합은 숙성도에 달려 있다. 그렇게 적당한 시간과 조건에서 숙성시킨 양념으로 손님상에 나갈 때 바로 게살과 버물려 나가기 때문에 양념이 잘 배어 게장맛이 진하면서도 텁텁하지 않고 뒷맛까지 깔끔하다.

암게만으로 만드는 간장게장도 일주일 정도의 숙성기간을 거치면서 비린 맛이 전혀 없고 고소해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20여 가지에 달하는 잔칫상 같은 푸짐한 반찬도 이곳의 자랑거리다. 홍어찜에서 생선구이, 달걀찜, 계절야채에 이르기까지 담백한 맛을 보조하는 건강식 반찬은 꽃게장과 찰떡궁합이다. 잔칫상처럼 정성스레 준비한 꽃게장 백반 차림상이지만 가격도 저렴해 1인분에 8,000원 밖에 하지 않는다.

깐깐한 재료선별과 ‘빛고을 차림상’만의 꽃게장 레시피. 동곡 꽃게장 백반거리에 여러 식당들이 있지만 경쟁이 치열한 이곳에서 '빛고을 차림상'이 최고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래서 2014년에는 SBS ‘생방송투데이’에 ‘언제나 잔칫상, 꽃게장 골목’이라는 제목으로 이곳이 소개되었고, 작년 11월에도 KBS2 ‘2TV아침’에 꽃게장 백반 대표맛집으로 ‘빛고을 차림상’이 방영되는 등 매스컴에서도 격찬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손님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신선하면서도 깊은 게장맛을 전해주기 위해 항상 고민한다. “원료를 숙성시키면 육질에 탄력이 생기는데 그것도 애초 원료에 신선도가 살아있어야 가능하죠. 신선한 원료는 그 자체에서 자연의 단맛이 나거든요.”

이곳 주방은 투명유리로 되어 있어 안에서 어떻게 요리를 하는지 손님들이 주방을 들여다볼 수 있는 구조다. 꽃게장 음식과 청결함에 대한 자신감이다. “음식을 맛있게 준비하는 것을 손님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드시라고 주방을 개방했어요.”

훌륭한 음식은 입으로 먹는 게 아니라 오감을 통해 먹는다. 눈으로 보고 향기를 맡고 손가락을 쪽쪽 빨며 게장맛을 보다보면 어느덧 동해 먼바다 심해에서 집게발을 들고 어기적거리는 게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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