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예산, 힘겨루기식 핑퐁게임으로 변질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정부와 지방교육청간의 대립으로 해마다 파행이 빚어지는 가운데 올해도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누리예산 미편성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인건비 미지급 사태가 벌어지면서 전남도를 비롯, 일부 교육청들이 파국을 막기 위해 2월초 긴급예산을 편성, 수개월분의 누리예산을 확보함으로써 급한 불은 껐다. 하지만 아직 남은 수개월의 예산은 불투명한 만큼 사태해결을 위해선 근본적인 대책방안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많다.

하지만 문제해결은 쉽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누리과정예산이 정치적 쟁점으로 전선이 형성되면서 출구가 막힌 상황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총선을 앞두고 여여간 힘겨루기가 계속되면서 복지문제는 또 다시 선거의 핵심이슈로 떠오르고 있고 타협점 찾기도 어려워 갈등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상복지 논란의 재판이라는 것이다.

야당은 “공약을 아무 것도 지키는 않는 게 진짜 포퓰리즘”이라며 누리과정을 대선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지방교육청에 부담을 떠넘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성토했고, 이에 대해 여당은 서울시와 성남시가 청년수당 정책을 펼치는 것이야말로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맞받아치며 여야간 포퓰리즘 논쟁에도 불이 붙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문제는 교과부와 지방교육청간의 진실공방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 줬다는 교과부와 받지 못했다는 교육청간의 갈등은 이제 법정에서의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방 어린이집연합회의 고발로 일부 교육청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고 이에 대해 해당 교육청들이 탄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또한 지방교육청은 지난 4일부터는 진보교육감 위주로 정부의 누리과정 지원을 촉구하는 청와대 앞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19일 현재 경기, 강원, 전북, 광주 등 누리과정 전액을 미편성한 교육청들을 겨냥해 ‘누리과정예산 혼란 방지법’을 발의하겠다며 감사원 감사와 더불어 교육청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대전, 대구 등 누리예산을 전액편성한 교육청들과 미편성 교육청들을 비교하며 교육청 간 제반 여건이 비슷한데도 예산을 미편성한 것은 교육감의 의지 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근본해결위해 여야간 정치적 합의 필요

사실 정부와 교육청간 대립은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진보성향 후보들이 대거 교육감에 당선되면서 더욱 격화된 양상을 띠고 있다. 게다가 2016년부터 정부가 누리예산을 교육재정지원금에 포함시키면서 지방교육청은 재정부담을 고스란히 넘겨받은 형국이다.

지난해 12월, 정부가 누리과정 재정을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지출 범위에 포함하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입법하여 시행함으로써 지방자치단체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정부에서 말하는 교육재정지원금에 누리예산이 이미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여기에 어린이집의 법적 지위에 대한 정부와 교육청의 해석차이도 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일부 교육청의 경우,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라 보육기관이기 때문에 지원근거가 없으며 직무를 유기했다는 주장은 온당치 않다는 것이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학부모들이 입법청원을 해서라도 교부금법을 바꿔 누리과정 등을 정부가 책임지게 해야 한다’고 유치원장과 학부모들에게 직접 호소하기도 했다.

이러한 교육부와 지방교육청간의 힘겨루기식 여론몰이에 대해 볼썽사납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2013년 이후 해마다 되풀이되는 누리과정예산 논쟁의 근본원인은 재정지원 없이 정부가 교육청에 누리과정 지원을 미뤄놓는 데 있다. 그래서 국민의 65%는 누리과정에 대해 국가가 책임 있는 자세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땜질식 처방으로는 국민들의 피로감만 늘 뿐이다. 어린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볼모로 한 핑퐁게임은 그만두고 근본해결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누리과정의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는 만큼 예산문제로 정부와 지방교육청간에 해마다 재현되는 책임공방을 그만두기 위해 대통령이 먼저 대화에 나서야하며 여야의 책임자들이 정치적인 합의에 나서야할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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