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올해부터 작은 학교 통폐합 기준을 상향조정한다고 발표하면서 지방교육 황폐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그에 따라 각 지방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보낸 ‘적정규모학교 육성(소규모학교 통폐합) 및 분교장 개편 권고기준’에 따르면 기존에 지역 구분 없이 60명 이하였던 통폐합 권고기준이 읍지역의 경우 초등 120명 이하, 중등 180명 이하, 도시지역의 경우 초등 240명 이하, 중등 300명 이하 등으로 2~5배까지 상향조정된다.

교육부는 학교통폐합을 위한 전담행정조직을 설치·운영할 계획도 밝혔다. 또한 권고기준을 상향하면서 학교통폐합을 위한 인센티브도 강화했다. 본교 폐지 때는 초등학교의 경우 현행 30억원에서 최대 60억원까지, 분교폐지의 경우 10억원에서 최대 40억원까지 지원금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농촌현실 도외시한 학교 통폐합 기준 상향조정

그러면서 교육부는 면·도서·벽지지역은 지역적 특수성을 고려해 기존처럼 60명 이하로 그대로 두었다고 밝혔지만 농·산·어촌 지역에서는 읍지역 자체가 낙후지역에 속하다보니 불안해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교육부는 이번 학교통폐합 권고기준 상향방침을 강제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라고 밝히고 있고 최종적으로 지역주민의 동의와 교육감의 결정이 있어야 가능한 사항이긴 하지만 교육부가 통폐합 실적을 이유로 교원정원 조정이나 교부금 삭감 등을 들고 나올 경우 통폐합은 빠르게 확산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각 시도교육청에서는 교육부의 새로운 권고안에 반발하는 논평들이 줄을 잇고 있다. 한마디로 농촌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교육부의 새 권고기준을 적용할 경우 전남지역 통폐합 대상학교는 80여 곳이 늘어난 410여 곳으로 확대된다. 전국적으로도 절반에 가까운 학교들이 문을 닫을 상황이다.

학급담임제로 운영되는 초등학교 통폐합은 무리수

함평군의 경우도 새로운 권고기준에 따르면, 관내 11개 초등학교 중에서 5곳이 통폐합 대상이 되며, 중학교의 경우는 8곳 중에서 5곳이 통폐합 대상이 된다.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학급담임제로 운영되기에 교과과정이 학급수 규모에 영향을 받지 않음에도 통폐합 기준 상향조정 대상이 된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더욱이 어린 학생들의 통학거리 등을 감안하지 않는 통폐합 정책은 지역공동체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

함평군은 교육부의 중고교 교과과정 정상화 정책에 동의해 이미 관내 중학교 3개 학교와 고등학교 3개 학교 등 총 6개 학교가 통폐합이 결정돼 각각 거점학교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교육부가 초등학교까지 권고기준을 상향조정해 무리하게 통폐합하려는 정책은 지역의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을 뿐더러 지방자치제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 만큼 보다 신중히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교육부의 ‘적정규모 학교 육성’, 현실에 맞게 재조정돼야

지방교육청들은 기존처럼 통폐합 기준이 60명 이하일 때도 제도 적용이 여의치 않아 자체적으로 기준을 더 낮추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교육부의 통폐합 기준확대로 무리하게 진행되는 탁상행정식 통폐합 정책은 지역 주민들의 반발만 사게 될 뿐이다.

그렇지 않아도 중앙정부가 유아 무상보육제도인 누리과정의 예산을 지방교육청에 떠넘기다시피 해 지방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작은 학교 통폐합까지 지방현실을 무시하고 일률적인 기준을 마련해 지방에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지방교육 황폐화라는 비판을 자초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행히 전남도교육청은 현재 '1면1학교', '1도서1학교', '병설 통합학교' 등 지역 실정에 맞춘 예외조항을 둬 꼭 필요한 작은 학교들은 보호하고 있지만 각 지방교육청들이 향후 교육부의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교육부의 정책 재고가 뒤따라야 한다.

농·어촌 지역의 현실을 도외시하고 지역주민들의 여론 수렴이 없는 천편일률적인 통폐합 정책은 여론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교육부가 발표한 작은 학교 통폐합 기준 상향조정은 교과과정 정상화와 교육 효율화와도 배치되는 부분이 있는 만큼 반드시 재고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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