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현대 민속음악가 불랏 오쿠자바

 

소비에트 시인이자 소설가인 불랏 오쿠자바는 현대 러시아 민속음악의 선구자적 인물이다. 그는 서구사회의 싱어 송라이터에 해당되는 '바드'라는 음유시인 장르의 기틀을 확립했는데, 그것은 조르주 브하상 같은 동시대 프랑스 샹송작가의 방법론을 받아들여 러시아 시와 민속음악을 결합한 것이었다. 

그가 만든 곡들은 기타와 노래로 이루어진 단순한 구조로 멜로디 라인보다는 시적인 가사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주로 마이너 키를 통해 우울한 정서를 표출했다. 그의 음악을 감싸고 있는 이국정서는 유전적 영향 뿐만 아니라 역사적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불랏 오쿠자바는 모스크바 태생이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루지아, 그의 어머니는 아르메니아 출신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소련 공산당에서 높은 서열에 있었으나 대숙청 기간, 트로츠키파로 몰려 사형을 당했고 그의 어머니 또한 오랜 시간 정치수용소에 수감되는 등 그는 암흑의 청년기를 보내야했다. 

불랏 오쿠자바의 노래들은 비록 정치적인 가사는 아니었지만 서정적인 울림과 공감이 컸기에 소비에트 당국에 의해 70년대 말까지는 공식적으로는 출판과 발매가 금지되었다. 하지만 수많은 지식인들과 여러 나라의 러시아어 사용자들은 음지에서 그의 노래들을 즐겨불렀다. 

그의 음악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던 블라디미르 비소츠키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망명작가 나보코프도 그의 소설에서 오쿠자바를 언급할 정도로 그의 노래들은 20세기 러시아 정신의 한 정점을 나타내는 것이었다.   

'기도'라는 뜻의 노래 '몰리트바(молитва)'의 원제는 '프랑수아 비용의 기도'다. 프랑스의 중세 방랑시인이었던 프랑스와 비용은 젊은 시절 방탕생활로 살인을 저지르고 도망쳐 떠돌이 생활을 하며 여러 시들을 만들었는데, 그의 시들은 삶의 회환과 비웃음, 분노와 슬픔을 비탄조로 노래한 것들이었다.

'몰리트바'는 두샹 마카베예프 감독의 성정치학 영화 <WR:유기체의 신비>에서 러시아 스케이터 블라디미르 일리히가 유고슬라비아의 여공 밀레나와 섹스를 나누다 우발적으로 그녀를 살해(스케이트날로 목이 잘린다)하고 참회의 노래를 부르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인상적으로 흘러나온다.

"세상이 멈추기 전에, 
빛이 사그라지기 전에, 
오 주여, 기도하나이다
저들이 갖지 못한 걸 저들에게 주시옵소서
수줍은 이들에게 타고갈 말을 주시옵고
지혜로운 자들에게 밝은 머리를 주시옵고
행복한 이들에게 돈을 주시옵소서
그리고 저를 잊지 마시옵소서"

음악듣기 ►►► https://youtu.be/xoRjh-pf5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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