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호//목상고교장

교육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며 동시에 국가경쟁력의 기반이다. 그래서 세계의 모든 국가들은 우수한 성과를 보인 다른 나라의 정책사례들을 도입해 적용시키고자 한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에도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도입된 것들이 많다. 과거엔 주로 미국과 일본의 교육정책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학자와 행정가 대부분이 유학했던 나라이며, 언어 면에서도 정책 자료 접근이 용이했기 때문이다.
 
우리 교육의 근간인 초·중·고·대학 6-3-3-4의 학제, 교과목과 교과서 등의 교육과정 체제, 대학입시 제도 등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최근에도 교원능력개발평가나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등이 이들 국가에서 도입되었고, 적용에 있어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핀란드와 이스라엘 교육이 세계적인 관심거리로 등장했다. 핀란드는 2000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되는 OECD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평가(PISA)에서 2009년까지 4회에 걸쳐 국어, 수학, 과학의 전 영역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교육이 관심을 끌게 된 것은 2002년 노벨경제학상에 이어 2004년 화학상, 2005년 경제학상, 2009년과 2011년의 화학상 수상의 결과 때문이다. 특히, 2013년엔 미국 국적을 이중으로 가진 이스라엘 국민 2명이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고, 이들을 포함한 과학부문 수상자 8명 가운데 6명이 유태인이었다. 현재 우리 교육은 핀란드와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교육정책들을 학교현장에 이미 도입했거나 적용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핀란드 교육 성공의 근원이 독서교육 활성화 정책(Reading Finland Project)이라고 분석해 우리나라에서도 독서교육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핀란드국가교육위원회는 1995년 고졸시험 분석을 통해 국어성적이 점차 하락하고, 학생 20%가 낙제수준이라는 결과에 따라 국어교육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했다. 그들은 읽기·쓰기 수준이 낮으면 수학이나 과학 등 다른 과목 성적도 낮을 수밖에 없고 사회적응력도 약화된다고 인식했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학교에 도서관을 많이 만들고, 교과관련 독서시간을 늘렸으며, 신문·잡지 등을 학습에 적극 활용했다.
 
핀란드의 우수사례를 적용하기 위해 우리 교육부는 2003년에 학교도서관 활성화 5개년 계획을 수립해 2007년까지 매년 600억 씩 총 3,000억원의 예산을 학교도서관 현대화 사업에 투입했다. 이와 함께 핀란드 학교를 분석한 사토 마나부 교수의 ‘ㄷ자형 토론’ 중심 배움의 공동체 수업이 혁신학교 운동으로 도입됐다. 이 결과 학교에서 독서와 토론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학교수업 개선 방안의 하나로 적용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핀란드에서 독서활동은 가정과 도서관에서, 그리고 학교에서는 자율시간에 주로 이뤄지는 것으로서 일반 교과 수업방법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최근 우리는 수업에서 독서활동에 토론활동을 더해 독서·토론수업으로 추진하고자 했기에 실제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게 됐다.
 
다음으로, 이스라엘의 노벨상 다수 수상의 근원을 2명이 1개조로 짝을 지어 질문과 토론을 하는 하브루타 교육방식이라고 분석해 우리 교육은 질문과 토론수업을 적극 도입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는 지역에 따라 ‘디베이트 교육’, ‘질문있는 교실’, ‘다같이 토의·토론수업’등의 명칭으로 추진되고 있다. 일부 토론 전문가들이나 토론교육 사업가들은 학교수업이 토론식으로 변화되지 않으면 한국교육에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들은 교육과정에 따른 시수의 한계 속에서 하는 학교수업과 무관한 사람들이며, 교과의 진도와 학생들의 어휘력 격차 등에 따른 실제 수업지도의 어려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하브루타는 이스라엘의 정규학교 수업방식이 아니라는 점과 이를 노벨상 수상 성과와 과도하게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하브루타는 성경 앞 부분 5개의 율법서인 토라와 유태인의 5천년에 걸친 지혜와 처세를 기록한 탈무드의 두가지 책만을 가르치는 종교학교인 ‘예쉬바’의 교육방식이다. 예쉬바는 유대교 율법사 랍비를 양성하는 특수학교인 만큼 일반 공립학교에서 가르치는 수학이나 과학을 가르치지 않는다.
 
또한 하브루타는 학생들이 토라와 탈무드를 거의 암기수준으로까지 학습한 후에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는 교육방식으로 수학이나 과학 분야 연구가 필수적인 과학부문 노벨상 수상 여부와는 관련이 없다. 따라서 우리의 주입식 교육의 폐단을 방지하는 방안으로서 질문과 토론을 학교수업에 일정 부분 접목시키는 것은 바람직하겠지만, 우리의 일반 초·중·고의 수업을 하브루타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리이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최근 핀란드 교육과 이스라엘 노벨상의 명성은 매우 약화됐다. 2009년까지 4회 연속 OECD 34개 참가국 가운데서 1위를 차지했던 핀란드 학력은 2012년 PISA 평가 결과 국어 3위, 수학 6위, 과학 2위로 일본(1위, 2위, 1위)과 한국(2위, 1위, 4위)에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핀란드 국민들은 학력 우수국에서 교육관광국으로 전락했다며 교육정책을 새로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PISA 2012에서 이스라엘은 읽기 26위, 국어 30위, 과학 26위로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2014년 이후 노벨상을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면서 PISA 결과와 함께 교육적 자존심이 많이 손상됐다. 더욱이 국내 교육 측면에서는 고등학교와 대학 진학률 저하, 학생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 저조 등이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그리고 예쉬바와 같은 종교학교에 진학하고자 하는 청소년들이 늘어나는 것도 고민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일반 교과를 학습하지도 않아 국가의 전반적인 교육수준 저하를 초래하고, 세금납부와 군복무 의무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매년 10월이 되면 각국은 노벨상 수상 소식에 기대감과 긴장감을 갖게 된다. 교육과 학문분야 최고상인만큼 노벨상 수상 여부에 대해 교육계도 긴장하게 된다. 금년의 결과는 과학부문에서 중국과 일본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웃 국가들의 실적에 자극받아 우리 정부는 2025년까지 노벨상급 연구원 1,000명을 배출하겠다는 일명 노벨상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번에는 우리의 초·중·고 교육에 대해서 몇년 전 이스라엘의 노벨상 수상 때 쏟아졌던 것과 같은 비판이 거의 나오지 않아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으로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외국에서 국가경쟁력에 효과가 큰 우수사례가 나올 때 왜 우리는 못하는가하고 분석하면서 그 이유를 교육에서 찾고, 대부분의 경우 교육현실 비판과 함께 우수사례를 적용하기를 재촉하는 분위기였기에 그렇다. 교육학자인 브라피(Brophy)는 모든 수업상황에 다 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업방법은 없고, 만병통치약과 같은 수업기법도 없다고 했다. 또한 게이지(Gage)는 가르치는 일은 예술인 동시에 과학이라고 했다. 복잡하고 창의적인 응용예술이며, 또한 경험적인 원리나 법칙에 의해 안내를 받아야 하는 과학이라고 했다.
 
가르치는 과정은 상황, 교과, 학생집단의 특성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요약해서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외국의 우수사례로 도입돼 학교현장에서 수업으로 적용하기에 벅찬 정책들이 있다면 우리의 학교 상황, 교과 특성, 그리고 학생 특성 등을 고려해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우리가 현재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독서·토론수업이나 질문·토론수업과 같이 복합적인 효과를 얻고자 하는 방법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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