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일 의원(용인 을)

국회는 3일 또 다시 부끄러운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철도부품 납품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새누리당 송광호 의원에 대한 정부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킴으로써 국회의원 특권을 지키는 데는 여야가 한통속이라는 걸 국민 앞에 입증했기 때문입니다.

19대 국회 하반기가 시작된 이후 100일 가까이 지났는데도 법안은 단 한 건도 처리하지 못한 '무능 국회'가 추석을 앞두고 한 일이 고작 '의원 특권 유지라니 국회에 속해 있는 사람으로서 얼굴을 들기 어렵습니다.

'일에는 베돌이, 먹는 데는 감돌이'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일은 게을리 하면서 제 잇속을 챙기는 데는 쌍불을 켜는 이를 꼬집는 말인데 요즘의 국회와 국회의원 모습이 그와 꼭 닮았습니다.

이런 염치없는 일을 하고서도 여야가 반성을 하지 않고 있으니 더 한심합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따른 결과"라고 말합니다. 지도부엔 책임이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겁니다. 4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진지하게 성찰하는 어떤 목소리도 나오지 않은 것이 그 방증입니다.

"국민의 비난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하고 비난을 달게 받겠다"(김무성 대표)는 짧은 말 한마디가 있긴 했지만 그 정도의 얘기로 국민의 비난을 잠재울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이후 지도부는 다른 문제만 논의하는 등 딴청을 부렸습니다.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이런 여당에서 무슨 혁신을 한다는 말입니까.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인사들은 그간 '보수 혁신'을 입버릇처럼 강조했는데 정말로 언행일치를 하고 있는지 철저히 자성해 봐야 할 겁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모든 책임을 새누리당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새누리당은 두 얼굴의 정당"(박영선 원내대표)이라고 하는 등 여당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 기권을 포함한 사실상의 반대표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상당히 많이 나온 걸로 추정되는데도 남 탓만 하는 야당의 얼굴도 밉상입니다. 소속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7월 임시국회 회기 종료 1분 전에 8월 임시국회를 소집해 놓고서도 국회를 공전시키고, 자기네들이 먼저 하자고 했던 국정감사까지 백지화했던 야당이 남을 손가락질할 자격이 있을까요.

세월호 특별법안 합의를 두 번 파기한 야당이 특별법안과 민생법안 처리를 연계시키는 바람에 중요한 민생법안들이 발목 잡혀 있는 상태로 국회에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도 야당이 "새누리당의 민생은 가짜이고, 우리네가 진짜"라고 주장하는 건 참으로 후안무치한 태도 아닐까요. 그런 말에 국민이 속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착각도 보통 착각이 아닙니다.

정기국회는 1일과 3일 겨우 이틀 일정을 소화한 뒤 개점 휴업상태에 빠졌습니다. 세월호 법안을 놓고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여야가 국회 일정을 잡는데 실패했으므로 4일부터는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가위를 맞게 됐으니 의원들이 무슨 낯으로 국민을 뵐 수 있겠습니까. 무슨 염치로 민생을 논할 수 있겠습니까.

이대로 가면 한가위 민심은 정말로 싸늘해 질 겁니다. 국회해산론이 분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여야 지도부가 금명간 무슨 수를 내야 합니다. 국민의 마음이 좀 풀릴 수 있도록 정치권이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겁니다.

여야가 송광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에 공동책임을 느끼고 함께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그리고 국회를 정상화하는 해법을 한가위 연휴 전에 밤샘 협상을 해서라도 반드시 도출해야 합니다. 추석 차례 상에서 "정치권과 국회를 한 번 더 믿어보자"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여야 지도부가 혼신의 힘을 기울여 극적인 돌파구를 찾아내야 하는 겁니다.

 이상일 국회의원 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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