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으면 않을수록 현명한 것이다. 모두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마치 흙탕이 밑으로 가라앉아 더러운 물이 깨끗해지고, 반대로 반응하면 할수록 더욱 흙탕물로 변해가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필자 역시 주변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보다 못해, 혈육의 문제와 자유민주주의 문제에 대한 간단한 언급을 하고자 한다.

보수측에서는 포격(남침이라고도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을 한 북한을 강력히 규탄한다. 북한을 규탄하지 못하면 애국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진보측에서는 미국 항공모함이 동원된 한미공동 군사훈련을 은근히 비난한다. 누구는 먼저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누구는 북한을 규탄하고, 누구는 미국을 지적하고, 누구는 F-15 비행기로 북한 해안포 부대를 왜 폭격하지 않았는지를 비난한다. 하나의 상황에 대해 모두가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또 그것으로 인해 여러 사람들의 생각이 다양하게 분해되는 것을 보면서, 남북한이 분단국가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국민의 의식 자체가 분단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의 내면에 잠재된 평균적인 마음은 이럴 것이다. 한미동맹에 대해 깊숙이 생각해 본 것은 아니지만, 한미동맹의 존재로 인해 생존에 있어 안도감을 갖는다. 반면 마음 한구석에 남북통일을 간절히 희망하고, 북한 동포들과 함께 손을 잡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는 꿈이다. 남북 간 합의를 통해 통일을 이루어낸 자유민주주의 통일한국을 본능적 감성적으로 희망하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이렇다. 우리의 맹방(盟邦)인 미국은 선(善)이 아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한민족도 선(善)은 아니다. 3대 독재 세습을 버젓이 하는 북한은 더더욱 선(善)은 아니다. 이 세나라 모두가 욕망의 주체인 인간으로 구성된 나라일 따름이다. 다만 어떤 나라가 좀 더 민주적이고 효율적인 내부 의사결정 체제를 가졌느냐. 그리고 자국 국경선 밖의 국가나 인간에 대한 예의 문제에 대해 좀 더 신경을 쓸 아량이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비유를 조금 더 하면, 같은 핏줄, 유전적 혈통을 타고난 형제라고 해서 그것이 선(善)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살다보면 집안에 망나니 같은 형제가 한명쯤 있을 수 있다. 악연이다. 악연이지만 공동운명체의 인연을 가지고 태어나다 보니 부득이 형제간의 관계라는 운명의 수레를 벗어나지 못할 따름인 것이다. 그렇다고 망나니 범죄자 형제를 함부로 버리거나 죽일 수도 없다. 고통스럽더라도 잘 보살피고 참고 가르쳐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한 개인으로서 국민윤리, 교회의 하나님, 사찰에서 부처님, 조상님으로부터 배운 인간의 도리일 것이다.

같은 핏줄을 타고 태어난 형제가 이상을 같이 실천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이 성숙해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면 성씨가 다른 먼 집안 이방인이 (물론 그 사람 역시 천사는 아닌 사람이겠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의젓하게 행동하고, 못된 망나니 형제보다 도덕 윤리의식이 높고 자기 절제를 잘할 수 있다면 거기와도 친하게 지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남북관계와 국제관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 단순한 진리일 것이다. 이것은 누구를 비난하고 누구와 친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고, 누구와는 어떤 방식과 형태의 관계를 가져야 하느냐의 좀 성질이 다른 문제이다. 참고 견디면서 개화시킬 대상이냐, 좋은 이상을 그나마 같이 할 수 있는 동반자냐의 문제인 것이다.

<김경진 변호사의 걸어온 길>
▲1965.7.14 전남 장성 출생
▲고려대학교 법대, 동대학원 수료(1983~1989)
▲사법연수원 제 21기 수료
▲인천, 광주지검 검사
▲대검찰청 검찰제도 연구관(2000)
▲서울중앙 검찰청 검사(2003)
▲광주고등·대전지방검찰청 부장검사
▲중국 상해 화동 정법대학 연수(2004년)
▲천안지청 부장검사(2006)
▲광주지방검찰청 부장검사(2007)
▲현 법무법인 이인 대표변호사






저작권자 © 함평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