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대표적인 곡물 수입국가다. 지난해 기준 식량자급률은 51.4%다. 그나마 사료용을 포함하면 자급률은 26.7%에 그친다. 먹고 사는데 필요한 곡물중 4분의 1만을 우리땅에서 수확하고 나머지는 수입으로 충당하는 셈이다. 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29개국중 26번째로, 세계 3위 곡물 수입국이다.

그러나 유독 쌀은 예외다. 공급 과잉이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해마다 수확기를 앞둔 이때만 되면 쌀값 하락으로 몸살을 앓곤 한데 올해는 더 심하다.

쌀 문제 자체가 민감한데다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생산조정 일환으로 내년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매년 4만㏊의 논에 벼 이외의 작물을 재배한 농가에 1㏊당 300만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2015년까지 논 3만㏊를 농지은행을 통해 매입, 다른 작목을 심기로 하고 우선 내년에는 3천-4천㏊를 사들이기로 했다.

여기에 올해 생산될 쌀 가운데 예상 수요량 426만t을 넘는 물량을 전량 매입, 시중 유통을 차단하기로 했다.

정부 대책은 단기적으로 가격지지 효과를 낼수 있지만 근본 처방으로는 미흡하다. 자칫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도 다시 재연될 개연성을 배제할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1995년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농업구조 개선을 위해 100조원 이상을 쏟아 부었지만 쌀 문제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쌀 문제 해결 없이는 농촌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쌀 문제 핵심은 수급 불균형이다. 수요는 줄고 있는데 반해 공급이 넘쳐 가격이 급락하고 시장이 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요를 늘리거나 공급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러나 수요 증대는 효과가 미미하다. 쌀 가공식품 육성이나 밀가루 대용 등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이 꾸준히 논의되고 추진됐지만 효율이 낮거나 경제성이 떨어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는 대북 쌀 지원을 통해 재고량을 줄이고, 중·장기적으로 쌀 조정제를 통한 적정 공급에 주력해야 한다.

정부가 인도적 측면에서 북한에 쌀을 공급한 것은 지난 2000년 부터다. 정부는 해마다 40만t 안팎을 지원해 왔다. 그러나 현 정부는 ‘퍼주기식 지원은 안된다’며 지난 2008년부터 지원을 중단했다. 정부 방침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최근 천안함사건 등 정서적으로 민감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대북 쌀 지원이 쌀 문제 해결의 단기 방안으로 최적임에는 이론이 없다. 남한에서는 쌀이 남아돌아 문제가 심각한데 반해 북한은 쌀이 부족해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100만t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올 들어 이상저온 및 폭우 등으로 북한은 사상 최악의 피해를 입어 정부도 인도주의 측면에서 구호 물자를 공급키로 했다. 남북관계가 긴장이 지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인도주의적 입장과 남북관계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대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중·장기적으로는 현재 89만㏊인 경작지를 적정 수준인 70만㏊로 줄여야 한다. 즉 작목전환 등을 통해 쌀 공급을 줄이는 것이다. 국내 쌀 수요는 급격하게 줄면서 올해 1인당 쌀 소비량은 72kg에 그치고 있다. 이는 30년전 132.4kg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연간 규모로는 470만t이다. 반면 공급은 생산량이 연간 491만여t, 관세화 유예에 따른 MMA(의무수입량) 30만7천t, 이월량 99만5천t을 합하면 621만여t에 이른다. 단순 계산해도 151만여t이 남아 재고로 쌓인다.

따라서 쌀 경작지를 대폭 줄여 공급을 줄이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려되는 농촌에 대한 투기 및 대체작목 재배 과정에서의 노동력 증가 등에 대한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쌀 시장 개방에 대해서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우리는 매년 30여만t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하고 있다.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대가다. 그러나 수입량이 해마다 늘면서 이것이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 진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

이제 조만간 햅쌀이 본격적으로 생산된다. 올해도 풍년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풍년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다. 쌀 문제, 이번 만큼은 확실한 대책을 세워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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