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시는 초의선사가 제주도에 귀양간 김정희에게 차와함께 보낸시다.

만사는 본래 봄눈 같은 것 누가 알리오 그중에 깎아 없앨 수 없는 일단이 있음을
맑고도 밝은 가을밤 달빛을 밝다고 하리 평화롭다고 하리

잘나고 못생김을 그 누가 말하나
진짜도 가짜도 원래부터 초절한 것을
나가정으로부터 아직 움직이기 이전에
뉘라서 향화의 옛 인연 맺었다 하리
서로 헤어지고 만남이야 찾는다고 될 일인가

함께살고 함께 죽자고 껴안을 틈도 없도다
그 모습 볼 때마다 환희스러워
깊은 정 깊은 회포 더욱 더 하다
삼시주장도 오히려 두렵지 않아
한가로운 구름따라 높은산을 내려온다

방장에 계신 유마를 우러러 보니
백옥의 세계에는 황금의 창고
선녀는 때때로 하늘꽃을 뿌리는데
만수에게 그 꽃도 붙지를 않았다

밑 빠진 그릇에도 향기로운 음식은 많고
막혀버린 귀로도 무언의 설법을 듣는다
뜨거운 번뇌, 티끌과 때에도 집착하지 않는 곳
뉘라서 다시 씻기를 원할손가
최후에 보여준 이 자의 비유가 가로로도 세로로도 옳지 못한 배열임을
내 그대의 청을 따라 한 말을 굴리노니
법희공선열식(法喜供禪悅食)일진대 아귀라도 용서되리.

참고
法喜供禪悅食(법희공선열식)법(佛法)의기쁜공양과 선(禪)열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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