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은 지난 3개월 동안 천안함 사건과 지방선거라는 거대한 음영에 모든게 묻혀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중 천안함 사건은 초반 지방선거에 블랙홀로 다가섰다가 맥없이 되치기당한 꼴이 되고 말았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광주 전남지역 선거결과 역시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다. 향후 지역정치 판도를 가늠해 볼 정도로 지각 변동이 컸기 때문이다. 뭐니뭐니 해도 민주당 독점이 깨졌다는 점이 압권이었다. 기초 단체장의 경우 무소속이 8명이나 당선되고, 시·도교육감은 진보교육감이 차지했다.

광역의회도 민주노동당에 이어 한나라당 후보가 입성하는 등 변화된 정치적 지형을 보여줬다. 민주당은 광주에서 서구를 제외한 4곳의 기초단체장을 장악, 체면치레를 했지만 전남서는 무려 7곳을 내줘야만 했다. 특히 여수와 순천, 광양등 동부권 3개 기초단체 모두를 무소속 후보에게 내주면서, 벌써 내후년 총선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하락세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1위와 2위 득표율 차이가 10%이내인 곳이 무려 12곳에 달했고, 5%포인트 이내의 접전지역도 장성, 곡성, 구례, 진도 등 8곳에 달했을 정도다. 다시 말하자면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 전남이 더 이상의 독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이번 선거에서 독점을 얘기할라치면 경상도지역 투표 결과를 빼놓을 수가 없다. 부산 경남을 봐보자. 경남지사는 무소속 김두관 후보가 한나라당을 제치고 당당히 당선됐고, 부산시장도 민주당 김정길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에 석패했지만 무려 45%의 표를 획득했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의미다.

한나라당 광주 전남 광역단체장의 경우는 어떤가. 부산에 비해 크게 못 미치지만 그간 불모지에서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점은 분명 커다란 변화이다. 그만큼 일당독주시대가 가고 있음이 역력하다. 이제 사방곳곳에서 웅웅거리던 확성기 소리도 지나갔다. 아쉽게 패한 후보자들의 가슴 아픈 시간만이 막바지 존재할 뿐이다. 선거얘기를 더 하자면 끝이 없다.

화제를 돌려 작금의 지역경제를 되돌아 보라. 선거에 가려졌지만 빈사상태에 빠진 지역경제는 한마디로 참담 그자체이다. 광주전남 경제의 현주소는 마치 낭떨어지에 걸려있는 바위돌의 형국이다.

지난해 대주건설과 삼능건설에 이어 근래에는 금호산업 남양건설 금광기업 등 지역건설업계 1,2,3위 마저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지역건설업이 초토화되고 있다. 수많은 협력업체와 관련업체가 도산하는가 하면 이로 인한 일자리 감소, 소비위축, 지역금융 부실화로 지역경제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거가 끝나자 추가 기업 구조조정의 초점도 건설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시중은행들이 현재 은행 대출을 500억원 이상가지고 있는 기업에 대해 신용평가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 가운데 건설의 경우 업계 300위까지가 평가대상으로 6월말까지 그 결과를 취합하기로 했다니 보통일이 아니다. 이중 광주 전남지역 건설사도 20여개가 해당된다고 하니 심히 걱정이다. 이 지역은 건설비중이 커 건설이 무너지면 지역경제가 마비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지역 국회의원들이 먼저 위기의식을 느껴야 할 때이다. 출범을 앞두고 있는 민선 5기 지자체도 마찬가지다. 취임 이전이라도 형식을 떠나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대책을 모색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월드컵축구가 12일부터 시작되고 다음달은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지다보면 1,2개월이 후딱 지날 수가 있다. 지역사회 오피니언들 역시 위기의식을 느끼고 힘을 보태야 한다. 예컨대 지역이 총망라한 ‘지역경제위기 극복 범시민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겠는가. 지금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한마음으로 지혜를 모으고 또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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