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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 돌머리 해수욕장“마음이 허하면 뒷개서 해넘이를 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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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0.03.15  12:5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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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을 곤두세운 바람은 매몰차게 바다를 훑는다. 발을 내딛다 성난 바람에 잠시 돌아선다. 곧바로 코끝이 얼얼해진다. 그 순간, 바다가 잔잔해진다. 물이 든다. 붉은 물이 그렇게 서서히 바다를 채워 간다. 코끝이 얼얼하지만 바다에 빠진 붉은 물은 어느새 내 몸을 지나간다.

   
▲ 석두마을 일몰을 보기위해 해안도로와 연결된 앞개를 많이 찾는다. 그러나 차분하게 해넘이를보고 싶다면 마음을 거쳐 뒤개로 가는 것도 좋다.
   

외지인들은 바다로 들어가고
함평읍 석성리 석두마을에 있어 ‘돌머리’라 불리는 곳. 마을 서편에 기암괴석이 늘어서 있어 이를 두고 돌머리라 불렀다는 곳. ‘돌머리 해수욕장’가는 길은 두 갈래다. 함평읍에서 곧장 가다보면 4km쯤 표지판이 보인다. 마을을 거쳐 ‘돌머리 해수욕장’으로 들어서는 길과 그 표지판을 지나쳐 주포 방면으로 가는 길. 주포 방면을 선택하면 해안도로가 바다와 연결된다.

바다로 들어서는 입구에는 아직 덜 세련된 카페‘헤밍웨이’와 횟집이 외지인들을 마주한다. 매끄럽게 연결된 길은 바다로 미끄러지게 한다. 해안도로와 연결된 바다에 사람들은 차를 놓아두고 ‘갯벌탐방로’라 만들어진 침목다리를 걸으며 바다와 가깝게 다가선다.

몇몇은 해안선을 따라 물이 빠져 검은 돌들이 무심하게 드러난 해변가를 넘어서 해넘이를 기다린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에 호기심 섞인 발도장은 찍을 수 있지만 옷을 망칠 정도까지 들어가지 못한다. ‘바라만 봐도’ 덧없는 바다. 해가 질 무렵 바다로 들어가는 해를 기어이 보려는 ‘외지인’들은 바다로 들어간다.

바닷가 사람들에게 해넘이는 ‘일 끝마칠 시간’
   
▲ 석두마을 여자들의 하루는 대부분 갯일과 밭일로 채워진다. 오전에 갯일을 끝내고 오후엔 파를 심고 있다.
   
그러나 바다에 사는 이들은 해가 질 무렵 바다를 나온다. 해넘이는 그들에게 ‘일을 끝마칠 시간’이다. 갯벌이 있는 바다. ‘가난을 머리에 이고 살았던’석두마을 사람들에게 알몸뚱이를 드러낸 ‘갯벌’은 삶의 터전이다. 손주 새 옷 한 벌 사줄 수 있고, 자식들 학비를 댈 수 있도록 해주는 ‘석화 까기’는 이들에게 쏠쏠한 부업이다. 그래서 갯벌은 해넘이와 물때로 작업종료를 알리는 일터다.

갯일을 끝내고 허리 쉴 새 없이 밭으로 곧장 가던 할머니는 ‘석화 캘 재미’에 웃는다. “시세에 따라 다르긴 해도 석화 폴러(팔러) 다니는 게 솔찬하제.”석두마을 사람들에게 겨울은 ‘석화 까는 시간’이다.

11월 말부터 시작되는 석화 작업을 앞두고 파를 심는 할머니는 “시집 와 50년 넘게 이곳에 살았응게 처녀 적 살던 데보다 더 오래 살았네. 오늘은 오전에 물이 빠질 때라서 오전 7시부터 나가서 (갯)일하고 왔어. 물빠질 때 뻘로 나가제. 추워지면 석화 깔 일만 남았제. 일하다 해지믄 오늘 할 일 다 끝냈다 하고 털제”라고 말한다.

밭에서, 갯벌에서 일을 하는 그들에게 ‘해’는 시간을 가늠하는 기준이다. 쭈그리고 앉아 고단해진 몸을 잠시 일으켜 세우며 쉴 수 있는 틈을 주기도 한다. 해넘이는 내일을 부르는 과정일 뿐.

밭에서 무를 캐다 담배를 태우던 할아버지에게 해넘이 장소로 어디가 괜찮냐는 질문을 드리자 머뭇거린다. 한참을 골똘히 생각한 후에야 “바다서 해를 보는 게 젤 낫겠소. 마음이 허하면 뒷개서 보는 것도 좋제”라고 대꾸한다. 육십 평생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지만 굳이 찾아서 일몰을 본 적은 없노라고 덧붙인다. 어르신에게 ‘해넘이’는 하루를, 일년을 정리하는 매듭이 아니었다.

석두마을에서 바다는 굴을 키워내는 곳
“여기 석화는 보믄 알어. 딴 데보다 더 맛나제”라고 자랑하는 어르신처럼 석두마을에게 바다는 굴을 키워내는 곳이다. 그들에게 소중한 ‘바다’지만 마을의 실리 앞에서는 기암괴석도 소용없다. 굴양식장은 기암괴석을 폭파할 정도다. 해안가 옆에 컨테이너박스로 만들어진 ‘석화판매장’이 외지인들을 기다린다.

정부에서 추진한 ‘신농촌개발사업’에 선정돼 마을 안에 펜션을 모방한 민박시설도 들어섰다. 돌머리 바다가 보는 이에 따라 ‘해수욕장’과 ‘갯벌’로 나눠지듯 마을도 보이지 않는 선에 의해 구분되어지는 것 같다.

매서운 갯바람은 바다를 거쳐 동네까지 불어온다. 귀를 묻고, 모자를 쓰고, 여러 겹 덧입어도 삐져 나온 손가락은 자꾸 곱는다.
“따숩게 입어야 써. 단단히 입어야제 일할 수 있제.” 호미를 들고 파를 캐다 잠시 바다를 바라보는 라명님 할머니(75). “내보다 더 나이 잡순 양반들이 많어. 여든 두 살도 있고, 일흔 여덟도 있고. 그래도 나는 중간이제. 다들 나이가 고만고만해.”

거센 바람에 한번 늙고, 거친 갯일에 두 번 늙는다. 그러나 자식들 생각에 마음은 젊다. 그들에게 하루를 닫는 해넘이는 일상이다.
어느새 바람이 잔잔해진다. 바람이 지나간 바다에 은빛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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