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은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역대 최고 성적으로 중국을 제치고 아시아 동계스포츠 최강자의 자리에 올랐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감격의 눈물을 흘린 지난 일주일은 기쁨과 환희의 의미를 우리에게 만끽하게 해 주고 대한민국 국운의 획기적인 상승을 체험하게 해 준 격정의 감흥을 체험한 시간들이었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꽃은 '피겨 퀸' 김연아의 몫이었다. 김연아는 228.56점(쇼트프로그램 78.50, 프리스케이팅 150.06)으로 세계 최고점을 기록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피겨 역사와 동계 스포츠 역사를 통틀어 일대 사건이었다. 올림픽 금메달로 김연아는 세계선수권대회, 그랑프리 파이널 등 3대 세계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타라 리핀스키(미국) 이후 처음이다.

이번 대회에서 주목할 점은 역대 최고 성적과 함께 동계올림픽 메달 획득의 다변화라는 소득까지 얻었다. 쇼트트랙에 한정되었던 메달이 빙상 전 부문으로 확대됐다는 것이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 피겨 등 빙상 전 부문에서 금메달을 동시에 획득한 나라는 미국과 캐나다 밖에 없다.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고른 성적으로 84개 참가국 중 종합 5위라는 성적은 기념비적인 일로 기억될 것이다. 우리 선수단이 거둔 성적은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고 2018년 평창올림픽 유치에도 큰 힘이 되리라 믿는다.

동계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를 비롯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투혼(鬪魂)을 불사르며 이룩한 올림픽의 쾌거는 지난 일세기전의 국권침탈의 역사를 알고 있는 우리에게는 정말로 기적이상의 대단한 역사적 드라마라는 자리매김에 그 누구나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황홀과 자부심의 시간들이 었을 것이다.

우리 젊은이들은 한국인은 물론 동양인이 범접하기 어려웠던 종목에서 잇따라 정상에 등극했다. 스피드 스케이팅 1만m 플라워 시상식에서 매우 이채로운 장면이 나타났다.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한 러시아네덜란드 선수가 이승훈을 어깨 위에 받쳐 무등을 태워준 것이다. 시사하는 바가 컸다. 기존 최강국의 엘리트 선수들조차 '네가 최고'라며 존경심을 품었기에 보일 수 있는 제스처였다.

밴쿠버 올림픽의 위업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한다. 과연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결론은 우리 젊은이들은 똑똑하고 뛰어나다. 잘난 그들이 최고가 되겠다는 열망과 열정까지 있다. 거기에 피나는 노력까지 한다. 게다가 우리 젊은이들은 자존(自尊)의 세대다. 88 서울올림픽 전후로 태어나 박세리 신화를 보고, 2002 월드컵 축구 4강을 체험하고, IT최강국에 살고 있다. 이들에게선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일본·서양에 대한 열등감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러니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밴쿠버 위업이 주는 시사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잘난 우리 청년들에게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제공하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다시 한번 입증 된 셈이다.

스포츠에는 희열이 있다. 온 국민이 대표선수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열광한다. 한국은 어떻게 세계가 놀랄 만큼 강해질 수 있었을까. 답은 땀에 있다.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낸 앳된 얼굴의 이상화 선수의 허벅지 두께가 22인치라는 점은 훈련에 쏟은 땀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대신 말해준다. 은반의 요정 김연아도 마찬가지다. 하루에도 수백번씩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는 각고의 세월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김연아가 가능했을까.

스포츠 역사에서 보듯이 항상 승자(勝者) 뒤에서 눈물을 흘리는 패자(敗者)가 있어왔다. 같은 노력과 고통으로 불운의 아픔을 곱씹는 사람들도 있음을 우리가 기억할 필요가 있다. 역사의 무대에서도 항상 승자보다는 패자가 더 많은 우리 인류문명의 패러다임을 우리가 인정하지만, 그 고통과 아픔까지도 다 묻어버리는 오류는 우리 스스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설 연휴 전날부터 열흘 동안 동계올림픽의 금메달 얘기로 세상을 지배한 듯했다. 이승훈 선수가 5천 미터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뜻밖의 은메달을 땄을 때부터 열기가 달아오르더니 모태범과 이상화 선수가 5백 미터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자 그 분위기는 극에 달했다. 스물한 살인 두 사람의 인생드라마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가족들의 응원모습과 인터뷰 그리고 대통령이 축하전화를 보내는 등 최고점에 도달했다.

한편 5백 미터 세계 랭킹 1, 2위 이강석과 이규혁은 4위와 10위에 그치며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강석은 혼자 쓸쓸히 귀국했고 이규혁도 극도로 상심한 모습으로 눈물의 기자회견을 하고 서둘러 귀국했다.

13살에 국가대표가 되어 올림픽만 다섯 차례나 출전한 이규혁 선수는 현재 이번 대회 전까지만 해도 세계랭킹 2위였고 1000m(1997년), 1500m(2001)에서 세계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올림픽을 제외하면 수많은 세계대회에서 우승했던 스피드 스케이팅의 영웅이었다.

그런데 그 영웅의 모습은 단지 올림픽에서 메달을 못 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너무 일그러져 있다. 이는 이규혁 선수 자신의 문제만은 아니다. 오직 메달, 그것도 올림픽 금메달만 중시하는 풍토에서는 아무리 큰 선수라도 그런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필자는 지금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아깝게 금메달을 놓치고 불운의 눈물을 흘려야 했던 우리의 선수들에게 국민들이 수여하는 국민의 금메달을 걸어 주는 운동을 벌이자는 주장을 하고 싶다. 요즘 온 나라가 동계 올림픽으로 잔치 분위기로 들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꼭 보듬어 줘야 할 또 다른 주역들이 있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이들은 조국의 명예를 드높이기 위해 마지막 남은 체력까지 소진해가며 경기에 열중했던 진정한 영웅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각종 세계대회에서 다시 조국을 위해 달릴 선수들이다. 이제 더 이상 국민과 언론이 '올림픽 메달'에만 매몰되지 않고 진정 조국을 위해 피땀 흘려 싸운 이들에게도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야 할 때가 아닐까. 오죽하면 어느 한 코미디프로에서 “1등만 존중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했겠는가”?

한국선수단의 진정한 힘은 끈기와 열린 마음, 단합에서 나왔다. 얼음 위의 여러 종목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밑바탕에는 불굴의 도전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경제가 어렵고 사회적으로도 갈등이 많은 이 때에 '할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준 우리 선수단에게 박수를 보낸다. 바로 여기에 동계올림픽에서 얻어야 할 교훈이 있다.

우리는 지금 겨울스포츠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면서 인격과 국격을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아들딸들이 미래를 위한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 창조를 위해 밴쿠버의 빙판을 달리며 영광의 메달들을 건져 올릴 때 마다 우리는 행복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았다. 가슴에 와 닿는 것은 미래의 번영과 행복을 지고 글로벌 경쟁의 얼음판을 뛰는 기업인들과 미래의 희망을 약속하는 밴쿠버의 영웅들에 대한 눈물에서 핵폭탄처럼 터져 나오는 감동과 감격의 뭉클함, 캐나다의 하늘을 찌르던 태극기의 위대함, 영광과 축복의 전파를 타고 온 지구촌을 감동시키던 애국가 연주의 거룩함에 국민들은 그야말로 하나 같이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밴쿠버의 빙판에서 인종의 벽이 무너지듯, 타협의 빙판에서 소모적 갈등의 벽이 무너져 내리기를 기대해 보면서 금메달 열기에 들떴던 대한민국은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야 한다. 국위를 선양한 태극전사들처럼 철저히 준비하고 땀 쏟으며 포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대한민국 경제에도 반드시 밝은 내일이 있다고 믿는다. 모태범·김연아 같은 수백만 명의 한국 청년들도 금메달을 딸 수 있게 하는 길이 무엇일까. 어떻게 기회를 만들어주고, 어떤 환경을 제공해줘야 할까. 다 같이 그 무거운 화두를 끌어안고 고민하면서 진정한 스포츠 정신과 격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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