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현재의 땅갈이 농사에 대해서 이러쿵 저러쿵 옳으니 그르니 따질만한 과학영농 지식이 저에게는 없어 제 나름대로 땅갈지 않는 까닭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로 땅은 땅 스스로 간다.
쉽게 이야기해서 땅속에 있는 지렁이, 땅강아지, 두더지,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땅속 생명님들이 우리 모르는새 부지런히 갈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또한 농작물의 뿌리나 풀들의 뿌리가 땅속으로 뿌리 내리는 것도 땅 스스로 갈고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시간들을 정리하는 구들방
둘째로 땅을 갈게 되면 흙이 콘크리트처럼 굳어지는 점알 조직이 되어 오히려 작물에 해롭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입니다.

논밭에서 사이갈이가 되풀이 되면 흙 떼알이 부서지고 부서진 흙 떼알은 더욱 잘게 부서져 나중에는 굳게 뭉쳐져 버려 오히려 물과 공기와 영양분의 공급을 방해 하는 것이 아닐까하고 보기 때문입니다.

자연의 흙은 떼알과 떼알 사이에 해가 갈수록 구멍이 많아지고 부드러워 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흙의 일은 흙에게 맡겨두면 기름지게 되는것도, 부드럽게 되는것도 자연의 힘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이지요.

사실 사람들이 땅을 간다고 해봤자 10cm나 20cm에 지나지 않을 것 입니다. 이에 비해서 작물이나 풀의 뿌리는 30cm에서 40cm 이상의 깊이까지 내려가 땅을 갈아 주지요.

뿌리가 땅속 깊이 들어가면서 공기와 물도 땅속으로 스며들어 갑니다. 나중에 뿌리가 썩으면 여러 가지 미생물이 늘어나서 흙의 떼알과 떼알 사이를 더욱 부드럽고 넓게 만들어 주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그 넓고 부드러워진 흙 떼알과 떼알 사이에 더 많은 물과 공기와 영양분이 들어가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제 생각 입니다.

©구들장을 놓기 위해 마당 한켠에 쌓아 놓은 돌들
세번째로 땅을 갈게 되면 많은 불필요한 일들이 필요성으로 둔갑을해 농부들에게 끝없는 혼란과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땅을 갈기 위해서는 경운기나 트렉터가 필요한데, 거기에는 공업과 상업이 동시에 들어가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경운기나 트렉터를 만들려면, 광산에서 쇠를 캐고 캐낸 쇠를 제철소에서 제련하고 그 제련된 쇠를 공장에서 쓰임에 맞게 가공 조립 도색해서 나오면 상인들이 그것을 농민들에게 팔고, 농민들은 그 과정까지를 온통 떠안으면서 그 기계를 움직이는 에너지 즉 석유까지도 책임져야 합니다.

이것은 땅을 갈게 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는 것이지요. 땅을 갈게 되면 수확량이 늘고, 그렇게 하려면 땅을 갈아야 되고, 땅을 가는 기계가 필요하면 그것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사서 써야 되고, 이런 불필요한 일들이 자연스럽게 꼭 필요한 일로 둔갑을 해버린다는 이야기 입니다.

결국 그 모든 것을 농민들이 짊어진다는 것이지요.
만약 땅을 갈지 않게 되면 이러한 모든 것들이 말 그대로 불필요한 일이 되어버릴 것입니다. 최소한 땅갈이 농사에 관련된 공업과 상업은 망한다는 이야기지요.

다시 말해서 농사 때문에 덤으로 붙은 것들이 다 떨어져 나간다는 말입니다. 덤으로 붙은 것들을 떠안고 가는 지금의 농사는 최대가 최소로 되어버리는 현실입니다.

저같이 땅을 갈지 않게 되면 덤으로 붙은 떨거지들이 다 떨어지니까 최소가 최대가 되지요. 이것이 제가 땅을 갈지 않는 사회 경제적 측면입니다.

그래서 저희 집에는 석유에너지로 움직이는 기계는 하나도 없습니다. 낫, 괭이, 삽, 호미, 훌테, 지게, 똥장군, 톱, 도끼, 못줄 등이 전부입니다.

©처마 밑에서 거둘날만 기다리고 있는 농기구
네번째로 땅을 갈게 되면 땅속 생명세계에 엄청난 혼란과 교란이 온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쟁기로 땅을 갈던때의 소박한 때는 예외로 하더라도, 지금 경운기나 트렉터로 땅을 갈아엎고 로타리 치는 것을 보면 저래도 땅속 생명들이 살아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논 자체가, 땅 자체가 장엄한 생명의 세계인데 땅을 가는 것으로 말미암아 그 생명의 세계가 파괴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땅을 간다고 하면서
부질없이 온갖 욕망을 갈고

헛된 사람의 지식을 갈고
기괴한 세상의 문명을 갈고 있네.

이제는 결단할 때,

땅(흙)을 불완전한 것
믿지 못할 것으로 보아
쟁기질을 할것이냐

아니면
어머니 흙을 믿고
모든 것을 맡길 것인가를…

저에게 땅을 갈지 않음은 제일 중요한 삶의 중심이요 원칙입니다.
모든 것을 자연의 흐름에 내맡긴다는 뜻이고, 자연의 흐름에 내맡긴다는 것은 자연을 불완전함으로 보지 않고 완전함 그 자체로 본다는 이야기 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본란의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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