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외동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부터 5학년 초까지를 일본 도쿄에서 다녔습니다. 제가 신문사 특파원으로 그곳에서 근무했기 때문입니다.

제 아들은 약한 아이였습니다. 유아 시절에 크게 아팠습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간 뒤에도 밥을 잘 먹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늘 걱정이었습니다.

제 아들의 3학년 여름방학 때, 저희 가족은 1박2일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일본 나가노현 가미코치(上高地)라는 아름다운 산골로 갔습니다. 모처럼의 나들이에 저희 3인 가족은 몹시 행복했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그날 저녁이었습니다. 저희는 산골 마을의 작고 낡은 여관에 들었습니다. 방 3개에 좁은 온천탕 하나를 갖춘 2층짜리 여관이었습니다. 그렇게 작고 낡았지만, 손님에 대한 배려는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2층 복도에는 어린 투숙객을 위한 책꽂이가 놓여 있었습니다. 책꽂이는 당시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던 만화로 가득했습니다. 바짝 마른 여관 아주머니는 싹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잊을 수 없는 사건이 그날 밤에 생겼습니다. 밥을 싫어하던 제 아들의 입에서 “엄마, 밥 더 줘”하는 소리가 난생 처음으로 나온 것입니다. 아비로서 느꼈던 그때의 기쁨을 저는 지금도 아련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날 저희들이 먹었던 밥은 솥밥 같은 것이었습니다. 쌀에 조개 새우 밤 대추 은행 잣 콩 팥 죽순 등을 함께 넣고 지은 밥입니다. 일본말로는 ‘다키코미고항’이라고 합니다.

우리 한국에서는 밥을 맛있게 먹으려면 반찬을 맛있게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밥 자체를 맛있게 하려는 생각은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한국에 비하면 일본에서는 밥 자체를 맛있게 하려는 생각이 많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똑같이 밥을 먹습니다. 그러나 밥 문화는 조금 다릅니다. 어느 쪽이 반드시 좋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저는 한국식이 더 좋습니다. 그러나 밥을 싫어하는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데는 일본 방식도 괜찮다고 봅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그렇듯이, 우리 조상님들도 우리에게 밥 먹는 문화를 전해 주셨습니다. 얼마나 소중한 선물인지 모릅니다. 밥은 무엇과도 잘 어울립니다. 채소와 함께 먹어도 좋고, 육류나 어류와 함께 먹어도 좋습니다.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섞어 먹어도 맛있습니다. 그것이 비빔밥입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미녀 배우 기네스 펠트로도 즐겼거나 즐기는 세계최고의 건강식 비빔밥입니다.

무엇과도 어울리는 밥을 먹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영양의 균형을 취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야 말로 조상님들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빵은 아무 음식에나 어울리지는 못합니다. 비빔밥은 있어도 비빔빵은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요즘 저는 다양한 나물이나 김치에 잡곡밥을 즐겨 먹습니다. 시간이 없으면 비벼 먹습니다. 건강에도 좋지만, 맛이 보통이 아닙니다. 그렇게 먹을 때마다 저는 조상님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조상님들이 주신 이 선물을 잘 간직하고 널리 전수하겠다고 다짐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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