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23명의 한국인들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피랍된지 2주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탈레반과 아프가니스탄 정부와의 여러 차례 협상들이 난항을 겪는 사이 배형규 목사와 심성민씨가 차례로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고 외신에 따르면 나머지 인질 21명의 건강상태도 극히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번 인질사건을 둘러싸고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문제가 ‘반전’이 아니라 한국 개신교의 ‘공격적 선교’라는 점이다. 외교통상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2월 5일에 탈레반들이 한국인들을 납치하여 수감 중인 탈레반 고위간부와 교환을 기도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여, 한국인 자원봉사자와 여행객들에게 사전 경고를 하였다고 한다.

개신교회 측에서는 행정기관의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고 법적인 대응까지 고려했다고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유서까지 쓰게 했다는 사실은 현재 국내 개신교회들의 해외 선교활동의 과열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인질 사건의 중심에 있는 샘물교회 측에 따르면 이번 해외파견의 목적이 선교활동이 아니라 순수한 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자원봉사자들을 구성원으로 선발해 이루어졌다고 주장하지만, 그 말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별로 많지 않은 것 같다.

누구나 가기를 꺼려하는 전쟁위험지역인 아프가니스탄에 국내 개신교회 측에서 올해에만 200여개의 봉사단을 파견했다고 하니 이는 단지 놀라움을 떠나 무모함마저 짙게 묻어나는 대목이다. 필자는 무모하리만치 방만해진 이러한 교회의 경영이 자본과 권력에 있어서 (초)대형화 되어가는 일부 개신교회의 현실과 무관치만은 않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대적인 해외봉사활동에 대해서 현지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급식과 교육, 의료지원 등이 간절히 필요한 현지주민들에게 봉사대원들의 활동은 고마운 원조활동으로 비치겠지만 다른 한편 그들이 개신교의 꼬리표를 달았다는 점은 봉사활동의 순수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개신교가 곧 미국으로 통하는 대다수 현지인들의 시각에서 파병국의 하나인 한국 개신교회의 봉사대원들은 그들이 말하는 ‘제국주의 침략’의 협력자로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현지주민의 상당수가 여전히 탈레반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물질적 원조 이전에 그들 문화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종교파벌로 복잡하게 얽힌 현지사정의 역학관계를 아는 것이 먼저 할 일이 아니었을까.

또한 여기서 반드시 지적해야할 문제는 교회 측에서 해외봉사활동의 외적 확대에 힘 쓴 만큼 봉사대원들의 안전 확보에도 그만큼 노력을 기울렸는가 하는 점이다. 아무런 안전장치로 없이 대원들을 사지(死地)로 내보냈다면, 그로인해 발생한 결과들에 대해서는 그 책임이 막중하다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관련당국에서도 교회의 입장과는 별개로 보다 강력한 수단을 강구해서라도 이들의 출국을 막았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아직 인질사태가 해결되지 않았고 협상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는 일은 뒤로 미루고 지금은 원만한 사태해결을 위해 흩어진 국론을 모아 인질로 잡혀있는 21명의 한국인들을 무사귀환 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일이 가장 시급한 일일 것이다.

협상이 장기화되어 감에 따라 외신들을 통해 여러 오보들이 들려오는데 국가 당국자는 외신들이 전해주는 그러한 오보들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며 실질적인 외교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우방들의 긴급한 협조를 얻어내는데 힘을 써야할 것이다.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군사작전에 더 무게를 두는 아프간 정부와 침묵으로 일관하는 미행정부를 어떻게든 설득해서 이번 사건을 외교적 타결로 이끌어 나아가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이번 인질사건의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행정부로부터 실질적 협조를 얻어내는 일이 결코 간단해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방안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탈레반 세력에게도 인질을 석방시킬만한 충분한 대가와 명분을 주어야 한다.

무력진압에 의한 인질구출작전의 좋지 못한 결과들을 역사를 통해 익히 배워 알고 있기 때문에 군사작전으로 가는 길은 어떻게든 막아야 할 것이다. 지금이야 말로 외교의 유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들 속에 자칫 남아있을지도 모를 냉소적인 마음은 잠시 거두고 우리 국민들 모두가 사지에서 인질로 잡혀있는 그들을 친 형제자매처럼 생각하여 단장(斷腸)의 아픔으로 그들 모두가 무사귀환하길 함께 염원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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