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섬기겠다는 공약으로 대통령에 올랐지만, 국민을 섬기기는커녕 한일이라곤 ‘명박산성’과 ‘차벽’을 쌓아 올린것 밖에 없다는 비난이 거세다. 이쯤되면 정부를 섬기는 것은 고사하고 국민과의 소통도 아닌 국민을 억누르거나 외면하는 것 밖에 없다. 이는 어찌보면 건설회사 CEO 출신 이명박 대통령의 한계라고도 할 수 있지만, 대통령제라고 해도 대통령 혼자 통치의 짐을 다 질 수 없다면 결국은 대통령의 사람들 문제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강력한 대통령제이다. 대통령 선출에 따라 후속적으로 교체되는 중요자리만 무려 300여개, 여기에 부수적인 것만 따져도 어마어마한 자리가 움직인다. 대통령의 철학과 성향에 따라 대한민국의 정치지형 등 지도가 바뀐다. 그렇다 할지라도 장관 등 행정관료나 대통령이 임명권을 갖고 있는 다양한 분야의 자리는 그 특수성도 고려된다. 어떤 면에서는 대통령의 성격과 맞는 ‘코드인사’가 나올수도 있고, 어떤 면에서는 대통령의 부족한 면을 보완해주는 인사가 발탁될 수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하 대통령의 사람들을 보면 대통령의 뜻의 따라 충실히 이행하는 사람보다 더 강한 성격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이명박 정부에는 국민이 없다. 오직 독선과 독주만 있고 복종과 굴종만 강요할 뿐이다. 어떤 정책도 국민적 합의를 위한 국민적 논의가 없다. 정책적 비판자나 정치적 반대자는 좌파라고 매도하며 탄압한다. 1년 전 국민적 분노가 촛불집회로 표출됐다. 하지만 경찰곤봉만 믿고 그 의미를 무시하다 집권당에서마저 선상반란이 일어났다.

대통령제 하에서는 대통령의 사람들이 무슨 짓을 해도 그 평가는 대통령의 몫이다. 그러나 현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수많은 국민들 뿐 아니라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대통령이 달라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고집을 꺾고 독선과 오만에서 벗어나 반대세력을 포용하고 감싸 안으라고 한다. 대학 교수들이, 학생들이, 문인들이, 종교인들이 릴레이 시국선언에 나선것이 그 반증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독선적인 국정운영의 잘못을 인정하라", "청와대의 일방통행이 민심이반의 핵심이다.", "청와대에서 당을 바보로 알고 있다.", "정당정치와 의회민주주의를 훼손하는 비민주적 행태를 개선하라.", "기득권만 보호하려 말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라.", "국민이 헌법에 보장된 저항권을 행사하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 말, 말, 말은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가 아닌 최근 한나라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토해낸 말이다. 권부를 겨냥한 격한 말이 귀를 의심케 한다. 국민의 대표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납작 엎드려 청와대 눈치나 보는 그들이었기 하는 말이다. 작심한 듯한 역린(逆鱗)의 소리가 시국의 중차대성을 말하고도 남는다.

대통령 조차 이같은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사람들이 눈과 귀는커녕 오히려 완장을 차고 인의 장막을 치고 있다. 사안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세뇌당한 국민'이라 치부하면서 외면하는 건지 참 깝깝한 형국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스스로 국민의 머슴을 자처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주인의 말을 듣지 않는 걸까? 대운하가 됐든, 4대강 정비사업이 됐든, 국민들이 싫다면 그만두는 게 도리 아닌가? 지난해 촛불시위 때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자.

"국민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못한 제 자신을 자책했습니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온갖 비난의 소리가 들리는데 제가 무엇을 위해 고집을 부리겠습니까. 국민과 소통하면서,국민과 함께 가겠습니다.국민의 뜻을 받들겠습니다.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이제 새로 시작해야 할 시간입니다.두려운 마음으로 겸손하게 다시 국민 여러분께 다가 가겠습니다."

아무래도 이명박 대통령의 귀에 문제가 생겼나보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온갖 비난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듯하기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한목소리로 국정쇄신을 요구하는 데도 요지부동이다. 보수진영의 언론인과 학자들까지 대통령의 궤도수정 필요성을 외치고 있건만 묵묵부답이다. 국민의 뜻을 받들고, 반대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분께서 전혀 남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청각장애가 발생한 건 아닐까?

이명박 대통령 눈에도 이상이 생겼나보다. 교수들과 종교단체, 시인, 평론가, 소설가 등 지식인들이 연일 이명박 대통령의 독선을 질타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하는 데도 이를 못 본 채하고 있다. 서울대 교수들로부터 시작된 시국선언은 전국적으로 해일처럼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대통령의 모교인 고려대 교수들까지도 가세했다.

국민들의 저항에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이명박 정부의 모습은 4·19혁명 직전의 이승만 정권과 6·10항쟁 직전 전두환 군사정권을 떠올리게 한다. 국민에 맞선 정권의 말로는 비참했다. 지금이라도 눈을 뜨고 귀를 열어야 한다. 그 첫걸음은 삼천리금수강산을 절단내는 4대강 사업의 중단이어야 할 것이다.

언론특보 완장을 찬 낙하산을 투하해 방송계를 장악하더니 언론인 체포-구금을 일삼는다. 그것도 모자라 언론관계법을 개정해 거대재벌과 족벌신문에게 방송을 주려고 획책한다. 사이버모욕죄, 인터넷실명제 강화, 휴대전화-인터넷 감청을 기도한다. 여론독과점, 언론자유 탄압에 의한 민주주의 위기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국민적 분노가 커지자 서울도심에서는 임전태세를 갖춘 전경의 무리가 시민의 통행마저 예사로 차단한다. 국민이 없는 정부가 국민을 이기려는 모습이다. 국민을 통제와 지배의 대상으로 알면 국민적 저항이 따른다. 암울한 시대에나 듣던 대학교수, 대학 총학생회의 잇단 시국선언에 귀를 열지 않으면 안된다. 폐부를 찌르는 외침이 담겨있다.

과거 독재정권, 군사정권 하에서도 국민의 비판이 있으면, 아니 최소한 그 내부에서 비판이 있으면 체면 때문이라도 용퇴를 하곤 했다. 최소한 자신이 몸담은 조직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물러나는 것이 그나마 임명권자나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예의였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과 그가 속한 조직에서도 사퇴의 목소리가 높아도 꿈쩍않고 있다.

이제 3년 반 남은 이명박 정권에는 경찰의 '차벽'과 조중동, 그리고 봉쇄당해 덩그라니 놓인 서울광장만 있을 뿐이다. 정권은 유한하고 인물에 대한 평가는 무섭다. 대통령과 대통령의 사람들이 다음 정권에서는 어떤 평가를 받을지 생각이나 하고 있을까?

조문 정국에서 나타난 국민들의 애도와 분노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또 다시 민심에 귀를 닫고 속도전을 시작하려 하고 있다. 이같은 MB의 오만에 국민이 분노해 일어날 것인지, 아니면 지난해 촛불 이후처럼 조용히 집으로, 일상으로 돌아갈지는 미지수다.

그리고 해가 져야 비상을 시작하는 미네르바의 부엉이처럼 국민의 움직임에 대해 사후적 해석만을 할뿐, 언제 대중은 분노하고 언제 대중은 침묵하는지, 필자로서의 알 수 없는 무력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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