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권이 궁지에 내몰렸다. ‘서거 정국’의 뇌관이 터질 위기가 곳곳에서 위태롭게 감지되고 있는 까닭이다. 인화성 가득한 악재들이 뇌관 주위로 점점 몰려오고 있기도 하다. 뇌관의 밑둥엔 거대한 폭발력이 예상되는 ‘반MB 정서’라는 장약이 도사려있음은 물론이다.

대한민국 지성의 상징인 서울대 교수들이 어제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선언은 구체적이고도 강경하다. 촛불집회 참여자 소환장 남발, 재판개입, 온라인상 소통 압박, 전직 대통령 정치보복 수사의혹 등 문제들을 꼼꼼히 되짚고 있다. 오래도록 눌러두었던 말들을 맘먹고 뱉어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교수들은 민주주의 틀을 지켜갈 것을, 또 고 노무현 대통령 수사에 대해 국민 앞에 사죄할 것을 엄중히 주문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아우성이다. 이미 어제 30여개 시민단체가 연대해서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일방적인 국정운영의 기조를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검찰이 중계하고 보수언론이 받아 쓴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성 수사를 강도높게 규탄하기도 했다. 이같은 시국운영의 불만들은 예고된 6· 10 범국민대회를 전후로 극에 달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청와대의 고민도 덩달아 깊어갈 게 당연하다.

최소한 현 정국을 보는 국민들의 상식의 눈은 이렇듯 위태위태하다. 그러나 문제는 MB정권의 정세판단이 상식을 벗어나 있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검찰총장이 사표를 제출하고 이상득 의원의 2선 후퇴가 거론되는 등 위기대처에 나선 형국이지만 정권운영의 기조는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

도대체 무슨 자신감 때문인지 모르겠다. 각급 언론을 통해 보도 됐듯이 사태의 본질은 지나칠 정도로 명료하다. 수백만에 달하는 국민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행렬에 동참했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가. 여전히 한국정치의 거대한 정치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DJ의 영결식장에서의 통한의 오열은 또 무엇을 예고하고 있는 것인가. 아직도 추모의 장을 걷지 못하는 국민들의 아쉬움은 또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이 전례 없는 이상기류에 대한 MB정권의 대처는 답답할 정도로 안이하기 짝이 없다. 아니 오히려 민심과 정면승부하려는 역류의 의지가 엿보이기도 한다. 한나라당의 요직이 친위 세력으로 장악되고, 권력기관의 주요 인사들이 TK 일색으로 개편되고 있는 것이 전형적인 사례다. 전혀 소통의 기미가 느껴지지 않는 이같은 분위기라면 서거정국에 대한 MB의 사과는 국민들로선 언감생심이다.

이것만 보아도 MB는 지금 독재적 지도자의 행적을 밟아가고 있다. 측근정치의 강화와 공권력의 압박을 통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정수습의 남은 수순은 한 가지 뿐이다. 정권의 쇠망치가 야당의 공세와 국민의 반발을 때려잡는 길이다. 다중의 나약함과 공포를 통치의 수단으로 삼으려한다는 점에서 매우 야만적이다.

문득 6·10 항쟁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전두환의 4·13 호헌조치로 촉발된 국민시위는 박종철, 이한렬이라는 꽃다운 청춘의 죽음을 불렀지만 소위 ‘넥타이 부대’라는 범국민 항쟁을 통해 전두환 독재의 사슬을 끊고 민주적 직선제를 이끌어냈다. 시민항쟁이 정권의 폭압을 물리쳤다는 민주주의의 금자탑으로 역사에 새겨져있기도 하다.

때마침 6· 10민주항쟁 22주기가 눈앞이다. 그날은 정부를 규탄하는 범국민대회가 예고돼있기도 하다. 권력은 국민들의 역사의 기억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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