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모두 패자였던 4ㆍ29 재보선, ‘국민의 경고’에 한나라당 ‘패닉상태’

4ㆍ29 재ㆍ보궐선거는 우리 정치권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했고, 제1 야당인 민주당은 대안 정당이 되기에 턱 없이 부족했다. 당선부터 하고 보자는 식의 비경제적 공약을 여야 가릴 것 없이 내놓는 포퓰리즘이 만발했다. 재보선의 결과가 보여주는 민의는 엄중하다. 유권자들은 집권당의 정치력 빈곤과 내분을 질타하고 야당의 무능을 꾸짖었다. 민심은 천심이다. 여ㆍ야는 유권자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

한나라당은 수도권을 비롯해 텃밭에서도 고배를 들며 참패했다. 민심은 집권여당을 외면한 것이다. 뿌리 깊은 계파 갈등으로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한나라당은 참패를 예감한 듯, 이번 선거를 "초미니 선거"로 규정하며 참패시 후폭풍을 막으려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초미니 선거임은 분명하나 앞으로 도래할 후폭풍은 매머드 태풍이 될 것이란 게 지배적 관측이다.

4.29 재보선 결과중 한나라당, 그리고 더 나아가 이명박 정권에게 가장 뼈아픈 패배는 인천 부평을 의원 재보선과 시흥시장 선거에서의 패배다. 이들 두 지역은 '수도권 민심'을 나타내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여당은 이 지역 최대 민원인 GM대우를 살리겠다며 선거직전 2천400억원의 자금지원 발표 등 총력을 쏟아 부었음에도 결국 패배, 수도권 민심이 얼마나 싸늘한가를 실감하게 됐다.

수도권에서의 패배는 이처럼 물밑 민심이 정부여당에게 등을 돌렸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치러질 10월 재보선, 그리고 내년 5월 지방선거에서도 집권세력이 최악의 고전을 할 것이란 예광탄에 다름 아니라는 게 지배적 평가다. 한나라당 일각에선 참여정권때 열린우리당이 경험했던 '연전연패'의 악몽이 한나라당에게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감까지 읽히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부평을에서 혹독한 '중간평가'를 당한 것이다.

MB정부와 여당은 정치력과 리더십, 동료 의식이 사라진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는 장래는 어둡다. 인책론과 인적 개선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앞으로 선거는 수도 없이 다가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법안처리와 당정관계 등에서 초식공룡처럼 몸집만 클 뿐 지리멸렬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고질적 내분을 방치하면 곪은 것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

이명박정부 들어 처음으로 치른 4.29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의 패배는 어느 정도 예견되긴 했지만 그래도 1석 정도는 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0:5 완패. 종합변수에 더해, 각 선거구 마다의 다양한 독립변수가 선거의 전망을 더욱 어렵게 했다.

박근혜 마케팅(경북 경주), 정동영 무소속 연대(전주 완산갑), 진보진영 후보단일화(울산 북구), GM대우 회생(인천 부평을) 등의 변수들. 하지만 이 같은 종합·독립변수로 예측은 어려웠으나 선거결과에서 드러난 메시지는 매우 분명했다. 이명박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의 경고를 겸허히 받아 들여야 할 것이다.

특히 GM대우 살리기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부평을에서의 한나라당 패배는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드러난 셈이다. 대우살리기 공약과 함께 2400억원이 투입되기 시작했지만 부평을 주민들은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제기한 민주당 후보를 택했다. 이런 냉엄한 결과를 두고 “지역선거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청와대의 반응은 참으로 어이없다. 권력의 근원인 민심을 무시하겠다는 뜻인지.

재보선에서 여권에 대한 민심이반은 분명히 확인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무현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치적인 수습 방안을 찾아야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당시 여당이 재보선에서 연전연패해도 일시적인 여론의 흐름에 불과하다며 만용을 부리다 자멸했다. 0:5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MB정부가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고 있음을 보여준다.

열린우리당의 0:40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분열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였으나 이 메시지가 그의 임기 내내 무시당했었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MB정부도 실패한 전 정부의 전철을 밟는 비극을 되풀이하면 국가적 불행을 초래 할 것이다.

편가르기를 통한 우군 확보와 주류 교체를 시도했던 ‘노무현 정치’와 수법은 다르지만 분열정치라는 결과는 동일하다. 아니, 보다 전통적이며 퇴행적이다. 특정단체와 고향 TK(대구·경북) 출신이 그의 우군이자 손발이라는 것, 선거 패배의 또 다른 주요원인이 여당 ‘내전’이었다는 것은 ‘MB정치’가 분열정치임을 반증한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의 축배를 들며 기뻐하기에는 이르다. 민주당 역시 패자이긴 마찬가지다. 인천 부평을에서 1승을 거두었다고 하지만 ‘수도권을 석권했다’로 자화자찬할 일이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패 사건까지 겹친 민주당은 주요 정책에서 뒷다리 잡기에 골몰, 사실상 수권정당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안이 없다. 민주당의 붕괴는 대한민국 정당정치 파국이나 다름없다. 부평 승리는 그 위기감의 반영이며 유권자들이 최소한의 힘을 보태준 것이다. 그 의미를 잘 깨달아야 할 것이다.

절대로 민주당이 안도하고 있다면 이 또한 착각일 것이다. 수도권에서의 선전은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의 표시일 뿐이다. 제1야당으로서 정부·여당에 대한 견제 역할을 다하라는 국민의 따끔한 채찍과 명령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재·보선에서 여야 모두 패배자라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 표심이 무소속 돌풍으로 나타난 게 이를 반증하고 있지 않는가.

민주당의 아성인 광주 전남에서도 이변이 일어났다. 전남 장흥군 제2선거구 광역의원 보궐선거와 광주광역시 서구(다선거구)의 기초의원 선거 등 2곳에서 민노당 후보가 당선됐다.

지난해 10월 여수 시의원 보궐선거에서도 민노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음을 상기해봐야 한다. 가장 중요한 실뿌리에서 민주당의 아성은 흔들리고 있다. 텃밭이 흔들린 제1야당에게도 진중한 자기 혁신이 없을 경우 민심은 멀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전주의 ‘무소속 연대’와 경북 경주의 무소속 후보, 호남의 약자인 민노당 후보가 이른바 ‘텃밭 후보’를 꺾은 것은 이번 선거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기득권화되고 권력화 된 정치세력과 그들이 짠 선거구도를 유권자들은 거부했고 심판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경고이기도 하다. 18대 국회에 보여주는 정당정치의 후진성에 대한 국민의 혐오가 나타난 것이다. ‘막대기만 꼽아도 당선 된다’는 ‘텃밭’ 공천이 당내 계파간 전리품 경쟁으로 변질되면서 5곳 중 3곳에서 무소속이 당선되고 진보신당이 원내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4.29 재보선은 분명 외형상 '초미니 선거'이나 집권세력에게는 더없이 아픈 일격이 아닐 수 없으며, 그만큼 거대한 후폭풍을 예고하는 중대 정치사건이라 하겠다.

민심은 본디 사나운 호랑이와 같다. 한번 성이 나면 가차없이 물어뜯는 법이다. 지금 민심이 한번 사나운 발톱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계속 집권세력의 통치방식에 획기적 변화가 없다면 더 사나운 호랑이의 반격이 있을 것이다. MB정부와 집권여당은 이번 선거를 '초미니 선거'라고 애써 외면하려 해선 절대로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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