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아무리 많고, 대학생이 아무리 많아도 대학은 그래도 지성의 최고위 전당이다.

이러한 사회적 통념은 솔직히 대학이 그만큼의 역할과 기능을 감당하고 있기에 붙여진 이름만은 아닐 것이다.

근래의 일들을 살펴보자면 오히려 지성의 전당으로서의 대학의 인격체는 땅에 떨어졌다고 봐야 할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그래도 세인들은 여전히 대학 앞에서 옷깃을 여미는 편이다. 왜 그럴까?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이다.

구래로부터 공동선이라 신뢰를 받아왔던 모든 인문적 가치관들이 대 혼란을 겪고 있는 시대상 속에서나마 그래도 대학 너만은…지킬 것은 지킬 것이라는 신뢰를 여전히 가슴에 껴안고 싶기에 대학에 부여된 지성의 전당이라는 고전적인 전인격을 거부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대학이 관련돼 발생한 각종 사태들을 보면 이 전인격에 대한 믿음을 접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좀 더 극언을 하자면 대학 스스로가 그 전인격을 포기하고 싶어 안달을 하고 있는 듯싶은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전인격의 빈자리에 물신의 욕망이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는 꼴이다.

얼마 전, 전남도가 추진한 친환경 농산물 인증과정에서 적잖은 부정과 부실이 개입된 사례가 검찰에 적발돼 큰 파문을 일으켰다.

비리 혐의가 드러난 이들 용역기관 들 중에는 대학이 지원하는 산학협력기관, 더 나아가 대학이 직접 운영하는 용역기관도 포함돼 있었다.

이를테면 그 대학에 소속된 다수의 연구자들이 부정 혹은 부실에 연루됐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그리고 바로 이틀 전, 대학에 소속된 학자들의 윤리적 위기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의미심장한 뉴스가 터졌다.

광주 제2순환도로 인근 아파트 소음을 둘러싼 주민과 건설사간 분쟁이 2년 만에 주민 승소로 일단락됐다는 보도다.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법정 싸움에 휘말리며 갖은 고초를 겪어 온 주민들은 그 결과의 뒤 끝에 이 말을 남겼다.

“소음 증가가 불 보듯 빤함에도 허가권자인 시청과 구청이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환경영향평가를 허술하게 해 결국 주민들만 피해를 입은 꼴이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 같은 행정이 바로 잡혔으면 한다.”

그러나 필자의 견해로는 진정으로 바로잡혀야 할 것은 행정 뿐 아니라, 그 행정의 근거를 만든 대학 교수님들의 오염된 가치관이라고 본다.

행정은 필시 환경평가니 교통평가니 하는 용역에 기댔을 게 분명하고, 그 용역을 의뢰받은 전공 교수들은 ‘괜찮다’는 학문적 결론을 냈을 터니, 결국 용역을 담당한 연구자들이야말로 주민 피해의 근원적 책임을 지녀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필자가 예시한 이 두 가지 사태는 대학 혹은 대학의 연구자들이 얼마나 심각한 모럴 해저드에 빠져있는가를 극단적으로 증거하고 있다.

학자적 양심은 이미 낡은 슬로건이 됐고, 연구의 결과가 미치는 사회적 폐해를 전혀 고려치 않는 ‘전문지식의 매매행위’만이 난무하고 있는 셈이다.

배운 사람이 왜 그래? 공부 좀 했다는 사람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을 때 꼭 들어야 했던 얘기다.

지성의 양식을 촉구하는 이 고전적인 되물음이 최소한 대학에서 조차 우문이 돼가고 있는 현실은 서글프다.
세상은 사뭇 변했지만 대학만이라도 인간의 양식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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