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의 모든 측면이 헝클어져만 간다. MB정권이 출범한 후 해를 넘겼지만 여전히 정리된 기분이 들지 않고 도무지 평화로움을 느낄 수가 없다.

촛불에서 작금의 국회 파국까지의 과정을 돌이켜 볼 때, 아직도 제자리만을 맴돌고 있다는 초조감이 밀려들 정도다.

정부는 세계적 경기 침체, 진보에서 보수로의 권력 이동에 따른 혼란 등등의 이유를 들고 싶겠지만, 대내외적인 정치 환경에만 책임을 미룰 일이 아니라 새 출발을 위한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기임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전기면도기를 쓰기 위해서는 플러그를 전원에 꽂아야 하듯이 모든 일에는 ‘플러그 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동력, 이를테면 동기부여의 과정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사회 공동체를 살아가는 사람을 움직이는 데는 통상 두 가지 동력이 작동된다 한다. 사회적 규범, 그리고 시장규칙이다.

예컨대, 직장인들에 있어서 아침 출근시간을 지켜야 한다는 사규는 개개인의 양식에 호소하는 사회적 규범이 작동된 경우다.

그러나 출근시간에 늦으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규칙이 적용된다면 이는 시장규칙이 작동된 사례가 된다.

인간의 행동방식은 결국 이 두 가지 동기 부여체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바로 최근 행동경제학 분야에서 세계적 ‘스타 학자’로 떠오른 美 듀크대 댄 에리얼리 교수의 이론이다.

또 에리얼리 교수는 시장규칙이 사람을 움직이는데 있어서 훨씬 더 강력한 확산력을 지니지만 한번 이 규칙이 작동되고 나면 끊임없이 경제적 이득을 제시해야하는 피곤한 사이클에 빠져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사회규범에 의한, 또는 시장규칙에 의한 동기부여의 방식 모두가 상호보완적인 것이지 그 효율성에 있어서 결코 우열을 평가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라는 얘기일 것이다.

정치의 문제에 있어서도 이 이론은 고스란히 적용된다. 가령 “국가가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지 묻지 말고, 당신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라”는 케네디의 그 유명한 언급은 사회규범에 의한 통치철학이 담겨있다 볼 수 있다.

한편 MB정권이 지난 대선에서 내세운 “경제를 살리자”는 슬로건에는 시장규칙 우선주의의 통치관이 담겨있다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이다.

정권창출의 슬로건이 그랬듯이 MB정권은 출범 후 지속적으로 시장규칙에 의한 국정운영을 주창해왔다.

그 주창이 워낙 강경하다보니 사회규범, 즉 공동체의 양식에 호소하는 측면을 지나치게 소홀하게 취급하기 까지 했다.

그러나 그나마 미약하게 유지돼왔던 사회규범적 통치의 기능은 ‘종부세 폐기’를 결정하면서 완전히 상실되고 말았다.

국민 모두가 경제침체의 고통에 휩싸인 상황 속에서 1% 부자의 재산권을 꼭 지켜야 되겠다는 집요함이 상식적인 사회규범을 넘어서버렸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MB정권은 공동체 구성원이 마땅히 지녀야 할 양식을 내세워 국론을 통합해가는 패러다임을 국정운영에 이용할 수 없는 입장에 처하고 말았다.

국민을 움직이는데 필요한 한 가지 중요한 기능, 이를테면 한쪽 날개를 잃어버린 셈이다.

혹여 경제가 더욱 어려워져 이 정부가 국민을 향해 ‘금 모으기’와 같은 결집을 호소한 들 그 누가 귀를 기울이겠는가.

한쪽 날개 잃은 이 정권이 어떻게 이 험난한 경제위기의 난국을 헤쳐 나갈지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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