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누리에 기축년(己丑年) 새해가 밝았다. 지난 한 해를 뒤돌아보면 울분, 배신감, 짜증, 그리고 안도와 희망이 뒤섞인 다사다난(多事多難)한 1년이었다. 해가 바뀔 무렵이면 뭔가 모를 아쉬움과 미련이 남았지만 올해 만큼은 달랐다. 지난 시간을 붙잡고 싶은 마음이 거의 없이 또 한 해를 맞은 것 같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와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는 경제난, 주가 폭락과 펀드 손해로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 연말 법안처리를 둘러싸고 난장판으로 변한 국회, 4대 강 정비와 꺼지지 않는 대운하 논란, 신문방송법을 둘러싼 대립과 갈등….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은 그야말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였다.

경제 살리기를 기치로 내세운 대통령과 정당이 집권했지만 대한민국 경제는 달라진 게 없었다. 아니, 오히려 그 어느 해보다. 암울했다. 지구촌 경제 전문가들은 “2009년에는 유사 이래 대공황이 올지도 모른다”고 예고하고 있지만 서민들은 기축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특히 年末국회는 민주당의 깽판과 한나라당의 무능과 국회의장의 기회주의와 대통령의 무소신이 종합된 절망적 모습만 보여주었다. 이명박 정부는 소수 야당의 폭력에 굴복하여 민생 및 개혁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함으로써 새해에 국민들을 대할 면목이 없게 되었다. 이 대통령의 말도 신용을 잃게 되었다.

이 대통령은 정상(頂上)회담 같은 개인 플레이는 능한 듯한데 좌파세력과 세 대결을 하는 데는 소꿉장난 하듯이 한다. 한반도에선 이념이 가장 큰 전략인데, 이념무장이 약한 이 대통령에게선 전략(戰略)도, 전술(戰術)도 나오지 않는다.

여론은 압도적으로 국회의사당을 난장판으로 만든 민주당에 불리했다. 그런 정치적 자산을 갖고도 정부와 여당은 법안 통과에 실패하고 있다. 새해를 새로운 결의로 맞겠다던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명박 대통령의 무기력한 모습이 그동안 여론에 밀려 눈치를 보던 촛불난동 세력들을 다시 살려낼지 모른다.

어쩌면 글로벌 경제위기로 온 세계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든 상황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고 싶은 심리가 작용했는지도 모른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지구촌이 바짝 얼어붙었다. 경제 한파가 기축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민과 방황이 깊어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불황의 터널이 시작단계에 불과해 우리가 겪을 고통의 정도도 그만큼 클 것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고 외쳐대지만 경기는 바닥조차 안보이는 현실 앞에서 위축될대로 위축돼 있다.

올해는 기축년(己丑年) 소띠 해라고 한다. 소는 우리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동물 중 하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우직하고 순박하다는 점이다. 농경사회 시절에 소는 최고의 경제적 가치를 지닌 동물이었다.

이럴 때일수록 소처럼 우직하고 묵묵히 살아가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 소는 모든 것을 끝까지 참고 이겨낸다. 그 우직한 충정을 닮아야 할 때인 것 같다. 올해를 기회와 축복의 해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가 유유자적(悠悠自適)할 시기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를 잡는다는 말은 아무런 현실성이 없다. 모두가 함께 기대어 뚜벅뚜벅 걸어가 보자. 당장 2008년의 기억을 떨쳐내 우리에게 닥친 위기를 이겨내야겠다.

이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파고가 온 지구촌을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영국·독일 등 유럽 국가들과 경제 강국인 일본·중국·러시아 등에 이르기까지 자국 기업들에 대한 사상 유례 없는 고액의 자금 및 각종 경제 지원을 앞다퉈 해주고 있는 실정이다.

중동의 산유국들까지도 예외 없이 경제위기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는 뉴스들이다. 이러다 보니 급기야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한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세계 2차 대공황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낼 정도로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매우 심각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어쨌거나 혹독한 시련은 코앞에 바짝 다가왔음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세계적인 시련이 예견되는 가운데서도,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2월 24일 보건복지가족부와 노동부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를 통해, “미국이 경기부양책을 쓰고 있는데도 4분기 성장률이 당초 -2%에서 -6%로 예상되는 등 갈수록 세계경제가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우리는 새해에 플러스 성장을 할 것으로 믿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는 보도이다. 때문에 이를 지켜본 참석자들까지도 놀랐을 정도였다는 후문이다. 그러기에 일반 국민들이나 특히 극심한 구직난을 겪고 있는 젊은 층은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소신 있는 언급을 기꺼이 믿고 싶다는 반응들이었다.

그러나 전대미문의 전 세계적인 금융 및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플러스 성장을 이룩하려면, 결코 이명박 대통령 혼자서는 불가능한 것은 물론, 정부·여당이나 야당 등 정치권과 아울러 국민 모두의 깊은 이해와 협조가 있어야만 원만한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번 경제위기는 한마디로 국민 모두의 생존이 걸려 있는 그야말로 전 국민적인 절체절명의 경제위기이기에 더욱 그런 것이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는 그 누구도 반대하거나 마다하지 못할 것이다.

때문인지, 이날 이 대통령이 경제난 극복을 강조하고 플러스 성장률 달성을 다지는 모습을 텔레비전이나 각종 매체들을 통해 보고 들은 대다수 국민들은 기축년 새해를 맞아 전례 없는 안도와 함께 기대를 한껏 담는 모습들이었다는 얘기들이다.

우리 국민들이 새해 소망 1순위로 국가·사회적으로는 ‘경기 회복’을, 개인적으로는 ‘가족의 건강’을 꼽았다고 한다. 한국갤럽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3명 중 2명 꼴로 ‘경기회복’을 가장 원하고 있었고 ‘실업자 감소’와 ‘정치안정’이 뒤를 이었다.

차디차게 언 땅속에서도 장미나무 뿌리는 5월의 눈부신 꽃을 피우기 위해 최소한의 호흡으로 인내하며 끈질긴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에게도 이제 어둡고 차디찬 이 모진 겨울이 가고나면 아름다운 봄이 어찌 멀다 하겠는가?

다들 힘 내시고 격동의 쥐띠 해가 지나가고 소의 기운이 다가왔으니,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대반전을 소망하시면서 온 국민들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아울러 기회와 축복의 해가 되기를 다시한번 간절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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