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多事多難)한 2008년 마지막 남은 12월 달력도 이제 2009년을 앞두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곧 시작인가 싶더니 이내 끝이라는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이다. 올 겨울은 평년기온을 웃도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꽁꽁 얼어붙은 경기 탓에 소비자들의 주머니속은 얼음장 마냥 차갑기만 하다.

손끝과 발끝이 아려오는 매서운 추위보다 더욱 무서운 경기침체 한파는 우리 내 마음까지 딱딱하게 만들고 있다. 매일 아침뉴스를 장식하는 기업들의 도산소식과 구조조정 초읽기 발표들은 깊은 한숨으로 2008년 마지막을 마감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첫 1년을 마무리하는 지금, 한국사회를 풍미하는 키워드는 ‘경제위기 극복’이다. 작년 이 무렵만 해도 대통령 당선자는 747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성장 모드로 진용을 짜고, ‘좌파정권 10년’을 청산하는 개혁의 기치를 힘차게 흔들어댔다.

불과 1년 새, 한국 경제는 미국 발 금융위기의 세계적 확산으로 호된 시련을 겪고 있다. 모두들 10년 전 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하면 더 하지, 덜하지 않다고 야단이다. 연 7% 성장은 그야말로 꿈이었고, 내년에 2% 성장도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물론 많은 전문가들이 예리하고 철저한 분석에 따라 대책을 수립해가고 있을 것이다.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는 정부대로 또 정치권은 정치권 나름대로 난국을 풀어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으리라 본다.

유달리 긴 것처럼 느껴진 한 해였다. 그렇게 느낀 것이 비단 필자인 나뿐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초 인수위 시절부터 이런저런 일들이 한 달이 멀다 하고 터져 나왔으니 그렇게 느낄 만도 하다. 뿐만 아니라 갖가지 내우에 외환까지 겹쳐 어두움이 가실 때 없는 한 해였다. 이처럼 많은 어려움이 한꺼번에 밀려온 때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에만 매진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난 일년간의 행적을 사자성어로 표현하면 ‘우왕좌왕(右往左往)’이고,‘지리멸렬(支離滅裂)’이며 ‘! 아수라장(阿修羅場)’이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 조직개편, 내각인사, 총선공천,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을 둘러싼 일련의 파동과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일년을 보냈다. 상황을 주도하지 못하고 오히려 상황에 끌려다니면서 대통령의 권위는 집권 초기부터 힘없이 무너졌다. 결과적으로 집권 초기 70%에 육박했던 대통령 지지도가 반년 만에 20%대로 급락하는 전대미문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런 사태의 근본 원인은 경제 살리기에 대한 국민들의 지나친 기대 상승이 충족되지 못하면서 이 대통령 지지층에서 이탈이 가속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대선 승리 1주년을 맞이하면서 이와 같은 참담하고 가혹한 현실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 것인가. 현재 터져 나오는 백가쟁명식 해법에도 일리가 있지만 일단 정부는 소신을 가지고 ‘마이 웨이’를 가겠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가 될 것이다.

대통령은 “나는 예외이며 지금은 고전하지만 결국은 성공할 것이다.”라는 근거없는 낙관주의에서 조속히 벗어나야 한다. 더욱이 서울시장 시절처럼 청계천과 교통체계 개편과 같은 정책으로 지지도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다는 ‘한방 신화’에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4대강 정비 사업이 이러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면 일찍 포기하는 것이 옳다. 주먹에 쥐고 있는 것을 버려야 새로운 것을 집을 수 있는 것처럼 대통령도 ‘버려야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고히 해야 한다. 친이명박 계파를 과감하게 해체하고, 만사가 형(兄)으로 통한다는 의혹을 말끔히 씻어내며, 정치는 더러운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버려야 한다.

더불어 대통령은 자신과 동고동락하고 있는 관료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온 나라가 침통한 이때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요란하고 허황된 ‘리멤버(Remember) 1219’가 아니라 조용하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대선 승리 1주년’ 행사를 보낼 것을 바란다.

이명박 정부는 이 시점에서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현재의 경제위기에 선제적이고 단호하며 충분하게 대응할 것을 기대한다. 재정정책은 경기 부양과 동시에 실업과 소외된 계층을 위해서 정부가 소임을 수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와 아울러 금융정책 역시 금융구조를 개선하고 선진화해 갈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면서 추구해 간다면 우리 경제는 이 위기를 극복하면서 명실상부(名實相符)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경제위기의 어두운 그림자가 점차 짙어지는데도 이에 대한 대응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시스템의 위기가 문제의 핵심인데, 고작 토목공사로 경기부양을 할 생각이나 하고 있다. 이런 시대착오적 발상 때문에 틈만 나면 대운하의 망령이 고개를 든다. 이념논쟁이나 대운하 문제 등으로 우선순위가 혼선을 빚어서는 안된다.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부정적 상황을 반전시키는 리더십이 절박하다. 그리하면 분명히 국민과 동반적 관계설정이 되리라 믿는다.

이 정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전혀 모른다는 데 있다. 언제나 그렇고 지금처럼 어려울 때는 더욱 그렇지만, 국민의 가장 간절한 바람은 민생의 안정이다.

민생의 안정에 온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정부는 쓸모없는 일에 노력을 낭비하고 있다. 국민의 광범한 이익을 대변해야 할 본분을 망각하고 특정 이념집단의 대표 노릇을 하는 실정이다. 당장의 끼니가 급한 서민에게 ‘역사 바로잡기’라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지 자못 궁금하다.

최소한 정부는 국민들에게 이런 계획을 갖고 대처할 것이니 국민들은 참고 극복에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하고 기업들에게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위기난국 타개를 위한 공동운명의 동반자적 관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럴려면 당연히 대통령부터 나서야 한다. 1년을 어물쩡 넘겨온 대선 공약인 대통령의 재산 기부에 대한 최근 논란이 괜한 트집은 아니다. 기히, 이미 공언했고 구체적으로 검토단계에 있다 하니 다행이지만 재산헌납은 해를 넘기지 않고 시행하여 진정성을 회복하여야 한다.

정치와 정권이 서민경제에 수혈해주지 않는다면 서민을 일거에 몰살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빈곤상태에 놓여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예컨대, 이명박 정권을 출범시킨 국민은 경제를 살려 달라는 소원을 한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IMF 환란위기 때와 현재의 경제위기가 양과 질에서 분명히 다르지만 그래도 IMF 외환위기 때는 정부와 기업과 국민이 고통을 감내하고 함께 극복하겠다는 공감대가 확실히 형성되어 있었기에 다시한번 뭉치면 된다.

위기일수록 리더십은 빛난다. 아니 어떻게 보면 위기는 리더십을 발현시키기 위한 최적의 환경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위기 때마다 영웅은 만들어진다.

어쨌든 지금 대한민국은 전대미문(前代未聞)의 경제 위기에 처해 있다. 누구나 위기를 이야기 한다. 그러나 위기를 경고하고, 위기를 이야기 하는 것만으로 리더의 일을 끝나지 않는다. 배가 폭풍우를 만났다면 배가 흔들리는 것 만으로도 풍랑이 거세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정부든 기업이든 가정이든 모든 조직내에서 풍랑을 헤쳐나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 이야말로 진정한 리더 일 것이다.

다가오는 기축(己丑)년 새해는 좀 더 밝고 편안했으면 좋겠다. 나날이 쪼그라들어 가는 서민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질 수 있는 기적을 바라고 싶다. 소수의 이익이 아니라 전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정부를 보고 싶다. 어두운 밤일수록 하늘의 별은 더 빛나는 법이다. 작은 별들이 모여 어두운 밤하늘을 환하게 밝히듯, 길고 어두운 한 해를 보내면서 간절히 기축년 새해 소망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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