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도 공산품과 같이 공급이 늘면 가격이 떨어지고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른다. 다만 가격 등락폭이 공산품 보다 더 심해 풍년에도 농가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속성이 있다(킹의 법칙).
 
그런데 올해는 예외다. 대풍(大豊)으로 쌀 공급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지만 가격은 오히려 더 올랐다.
 
올 전남지역 쌀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0.4% 증가한 90만1천302t, 전국적으로는 9.9% 늘어난 총 484만3천t에 이른다. 2004년 500만t 이래 가장 많은 양이다. 예년 같으면 대풍으로 쌀 값이 폭락해야 할 판이다.
 
그러나 현재 전남 산지 쌀 값은 80kg기준 16만원선으로 지난해보다 7.1%가 올랐다. 전국 평균가격도 16만1천712원으로 8.3%가 높다. 아직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농업분야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올 쌀값을 4.4~6.6%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예측도 여지없이 빗나갔다.
 
그런데 쌀값 강세의 원인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흉년으로 오른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현재의 가격이 정상이다"는 설도 있지만, "내년에 집중된 회원농협의 조합장 선거 때문이다"는 분석도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즉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일선 조합장들이 표심을 얻기 위해 다소 높은 가격에 벼를 매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내년에 선거를 앞두고 있는 나주의 모조합이 벼를 주변 시세보다 가마당 1천~2천원 정도 높게 받는 등 상당수 조합들이 시세보다 다소 높게 받고 있다.
 
조합장 선거도 내년에 집중돼 있다.
 
전남지역의 경우 전체 158개조합중 내년에 임기가 만료되는 조합장이 53곳으로 34%에 이른다. 올해 조합장 선거를 치른 조합이 21곳. 평년에는 20~30곳의 조합이 선거를 치르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2배나 많은 셈이다.
 
전국적으로도 총 389곳(전체 32.7%)의 조합장이 내년 임기가 만료돼 선거를 앞두고 있다. 4년만에 찾아오는 조합장 선거가 한꺼번에 몰린 셈이다.
 
따라서 농촌에서는 높아진 생산원가를 벼 매입 가격에 반영해 달라는 농민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유야 어찌됐던 땀흘려 재배한 쌀 농사가 모처럼만에 풍년에다 값도 좋아 농민들에겐 더할 나위없이 반가운 현상이다. 정부의 수매제도가 폐지된 이후 물량 처리는 물론 가격하락을 걱정했던 농민들은 앞다퉈 농협RPC로 벼가마니를 옮기고 있다.
 
다만 앞으로는 조합장 선거 등 정치적 요인 보다는 농민들을 위한 적정가격 보존 차원에서 쌀값이 유지됐으면 한다. 그래야 농촌이나 농가에 후유증이 없다. 일회성은 언제나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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