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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유산 자락엔 안개만 자욱하고
백운  |  webmaster@n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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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11.17  15: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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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포도가 익어가는 칠월의 첫 주 산행은 군유산(403m)이다.

‘함평천지 늙은 몸이 광주고향을 보랴하고 / 제주어선 빌려 타고 해남으로 건너갈 제 / 흥양의 돋은 해는 보성에 비쳐있고 / 고산의 아침 안개 영암을 둘러있다.’ 풍류를 아는 전라도 사람이라면 한 대목쯤은 흥얼거려 보았을 ‘호남가’가 시작되는 고장이요, 요즘은 나비로 더 잘 알려진 함평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바위를 구경하기 어려울 정도로 산세가 부드러운 흙산으로 예부터 군자의 품격을 닮았다 해서 군자산, 머물렀다 하여 君留山으로 부르다가 지금은 君遊山으로 쓰고 있다.

불갑산 연실봉에서 남서로 뻗은 영산지맥의 줄기는 용천사 뒤 모악산(348m)에서 칠성산과 속금산으로 가는 가지를 하나 내어 주고 서쪽으로 달리다가 군유산에서 남으로 방향을 돌려 내려가 유달산에서 멈춘다. 용천사에서 보면 유향(酉向-서쪽)이 되어 산이름에 ‘유’가 들었지 않느냐는 백운의 생각이었으나 근거는 없다. 산의 동남쪽과 용천사에 내린 빗물은 함평천지 학다리를 지나 곡창을 바라보며 영산강에 합류되고, 산의 서북쪽 연흥사 계곡물은 군남천으로 흘러 불갑천과 합해져 서해로 흘러가더라.

‘비가 그친다니 예정대로 산행을 하자’는 회장의 문자를 받았지만 장마철에 들어선 날씨라 예상치 못한 하늘의 일로 행여 산행이 망치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를 담고 광천터미널로 가니 반가운 얼굴들이 웃으며 손을 내민다. 손수 운전대를 잡은 회장과 함평의 명인명창 곡창의 수고로 가까운 용천사 길을 놔두고 함평들을 돌고 돌아서, 이곳저곳 두루 구경하며 편안한 여행 끝에 손불면 북성리 사기점 마을회관 앞에 들어서니 9시 40분이었다.

사기점 마을은 멀리 백제 때부터 사기를 구어 왔었으나 임진왜란 이후에는 단절되었다 한다. 혹시 정유재란 때 조선의 고급문화를 약탈하기 위해 눈이 뒤집혔던 왜군이 강항 선생 등 영광의 지식층들과 함께 고운 백자를 만들어 내던 이 마을 도공들을 끌고 가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바다건너 만리도 넘는 먼 곳, 고향땅을 그리며 모진 고생을 하다 죽어서나 군유산 자락을 찾았을 한 맺힌 혼들이 지금도 떠돌고 있지 않을까?

회관 옆에 세워진 등산 안내도를 보니 일주코스는 네 시간이 소요되어 상론고개로 올라 남동능선을 타고 정상으로 가서 연흥사에 잠깐 들려 임도를 타고 내려오는 것으로 결정하고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른다. 비가 올 듯 말 듯한 날씨 때문인지 안개가 온 산자락에 자욱하여 주변 산천은 보이지 않고 그저 코앞에 보이는 길을 밟고 갈 뿐이다.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탓인지 길에 풀이 무성하고 등산로라 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엉성하다. 그래도 정상까지는 갈 만 하였으나 정상에서 내려가는 길은 가슴까지 차오른 풀이 밀림을 방불케 한다. 가시도 많고 비가 온 뒤라 미끄럽기가 기름을 밟은 듯하다.

그래도 숲은 조용하고 할딱새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 속에 안개가 짙게 깔린 산길을 오르며 오순도순 나눈 애기는 즐겁고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추억들이다.

   
  ▲ 381m의 안개낀 군유산 정상
   
381m고지에서 잠시 쉬었다가 정상에 도착하니 아! 아쉽구나.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광활하게 펼쳐진 함평들과 함평만 바다건너 해제와 지도, 임자도 등 서해바다의 어려 섬들이 갯벌에 뿌려진 백합조개처럼 아름다운 정경을 보여 주었을 것이요, 모악산 지나 불갑산으로 이어지는 장엄한 산줄기가 여러 골짜기를 만들어 물을 만들어 내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의 동네들이 점점이 펼쳐진‘함평천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쳤으니 말이다.

정상을 표시한 돌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하산하였다. 욱어진 풀숲을 등산용 스틱으로 헤치며 길을 찾아서 가니 군청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져 주었다면 이 정도의 엉망은 아닐 것이라 여겨져 화가 난다. 나비에 군정의 모든 것을 걸고 행정을 펼치다 보니 이리 되었지 않나 생각되기도 하고, 별로 생색나지 않을 일에 누가 관심을 갖겠냐는 견해도 들지만 그래도 명색이 함평에서 제일 높은 산이요, 함평천지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정수리 같은 명산이 너무 홀대 받지 않나하는 서운함이 든다.

함평의 절경과 명승지를 노래한‘함산가’에 이르기를 “호남의 여러 고을 노래하는 호남가도 / 첫머리에 함평천지 부르지 않았던가./ 경치 좋은 기산봉은 영수천과 어울리고 / 영찰은 용천사요 군유산은 명산일세... 하더니만 말뿐인 명산일세.

   
  ▲ 연흥사 대웅전...
   
연흥사는 산으로 둘러싸여있어도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고 아늑하다는 느낌이다. 마을 주민들의 구전에 의하면 불갑사는 작은 집이요, 연흥사가 큰 집이라고 한다. 현재는 불갑사가 규모면에서 훨씬 크지만 본래는 연흥사가 먼저 지어졌으며 절도 크고 번성하였음이다.

산자락을 타고 내려 온 안개가 가득한 법당 앞에는 500년도 넘게 절과 함께 지내온 동백나무와 백일홍이 자리하고 있어 입구의 2층 누각과 뒤뜰 대웅전 사이의 무료함을 잘 조화시켜 주고 있다. 이웃한 3층 석탑에는 수많은 인연들의 바램이 담긴 작은 돌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다.

무심한 견공 두 마리는 모처럼 찾아오는 길손들이 반가울 것임에도 사정없이 짖어댄다. 요사채에 사시는 보살의 말씀은 사진을 찍는 사람을 보면 더 한다 하니 행여 내가 절의 영기라도 디카에 담아가는 줄로 알고 그러는가 싶다.

   
  ▲ 3층 석탑
   
최근에 신축하였다는 대웅전은 전체적으로 주변 산세와 잘 어울려 균형미가 돋보인다. 단청이나 문창살의 문양도 아름답고 계단 옆 우측의 작은 연못가에는 만개한 수국이 심어져있어 기념사진들을 멋들어지게 찍는다. 그 옆에 물 마시는 시설도 해 놓았는데 맛은 그저 밋밋하다고 느껴졌다. 근처에 마애불이 있다는데 찾지 못하고 그냥 내려와서 아쉬움이 남는다.

오는 길에 월야면소재지의 유명하다는 생고기를 사다 구어 먹을 수 있도록 꾸며진 식당에서 그놈의 한우 쇠고기를 날것으로 푸짐하게 자셨으니 편안하고 아주 즐거운 밤이었을 것이라 믿습니다.

아무튼 좋은 친구들과 좋은 곳을 찾아 좋은 고기도 먹고 하였으니 좋은 하루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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