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민주당의 대선 후보 버락 오바마가 드디어 ‘검은 혁명’을 이뤄냈다.

독립국가 미국이 최초로 대통령을 선출한지 219년만에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이다. 한마디로 신화를 일궈냈다고 규정해볼 수 있다.

블랙 아메리카로 불리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이날 그의 당선에 눈물을 흘리며 열광했다.

두차례나 미 민주당 대권에 도전했다 실패한 흑인 인권운동가 제시 잭슨 목사는 오바마의 당선을 축하하기 위해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 모인 수십만의 인파 속에서 말없이 눈물만 연신 흘리는 모습이 TV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노예의 신분일때는 물론이고, 링컨이 흑인노예 해방을 선언한 이후 143년여의 세월 또한 백인사회 속에서 겪은 이들의 고통이 결코 녹록치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준 증거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가 최초로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겠다는 꿈을 세상에 공표했을 때, 미국사회는 물론이고 세계인들도 과연 그의 꿈이 실현될 수 있을 까 회의했던 게 사실이다. 흑인이 미국의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느냐는 강박에 붙들려 있었던 까닭이다.

그러나 그는 모두가 무모하다고 여긴 꿈을 당당히 현실로 만들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특출한 카리스마로 정치에 냉소적이던 미국인들을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끌어들이면서 이민사회와 평범한 시민계급을 차츰씩 잠식해간 끝에 드디어 기존의 사회체제를 극복하고 제44대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오바마의 당선은 세계 시민사회에도 여러 가지 의미를 던져주고 있다. 우선 ‘신 십자군 전쟁’을 방불케 할만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복음주의의 이념으로 세상을 평정하려 한 독선이 변화를 맞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인권변호사 출신으로서, 빈민구제 사회활동가로서 살아왔던 그의 지난 이력에 비춰 인류애와 평등의 보편적 가치를 지닌 지도자라는 신뢰감이 또한 세계인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

온통 워싱턴 발 오바마 당선 속보로 도배된 TV에서 잠깐 눈을 떼고 나면 어차피 그의 당선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를 냉정하게 고민해보지 않을 수 없다. 북핵사태를 비롯한 남북문제, FTA비준 동의 등 수많은 난제들이 미국의 변화와 직결돼있는 까닭이다. 그리고 대미관계의 전망은 솔직히 어둡기까지 하다. MB노믹스로 표방된 신정권의 정책 기조가 예견되는 오바마 체제와 상이한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선 큰 틀에서 MB정권은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추종하거나 닮아있는 입장이고, 오바마는 공화당의 신자유주의에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대척점에 놓여있는 등 가는 길이 너무 다르다. 이같은 틈새는 결국 미국과 관계된 경제ㆍ외교정책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게 당연하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오른 쪽에 서있는 MB정권의 보수적 대북정책 또한 상원의원 시절부터 북한과의 직접 대화를 천명한 오바마 체제와 어떤 갈등을 빚을지 우려되는 바가 크다.

‘검은 혁명’이라 일컬어지고 있을 정도로 오바마 당선이 상징하는 미국의 변화는 공화ㆍ민주로 오락가락했던 기존의 변화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마디로 허리케인 급이다.

새로운 차원의 미국이 시작됐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 변화의 규모와 위세에 걸맞게 우리 정부 또한 대미관계에 있어서 특단의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MB정권의 대미외교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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