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쌀 직불금 국정조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증인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의 감사원 감사결과 은폐가 노 전 대통령까지 개입한 정권 차원의 일로 규정하고 노 전 대통령을 직접 증인으로 불러야겠다는 것이다.

노무현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오게 된다면

만약 노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나오게 될 경우 어떤 상황이 전개될까. 노 전 대통령 측에서는 '참여정부 은폐론'에 대해 이미 '터무니없는 모략'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아마 한나라당 의원들과 노 전 대통령 사이에 진검승부가 펼쳐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노 전 대통령의 증언 광경은 커다란 뉴스거리로 떠오를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어디 한나라당 의원들의 공격만 받고 그냥 있겠는가. 대단한 공방전이 있게 될 것이고, 승부가 어떻게 될 지는 예측불허이다. 어찌되었든 노 전 대통령이 국조 증언을 거치면서 다시 정국의 한복판에 서게 되는 모습으로 비쳐질지 모른다.

이명박 정부 들어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여권의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시간이 조금 지났지만, 국가기록물 유출 사건과 관련하여 노 전 대통령 측 사람들을 고발했다. 논란이 되었던 기록물 반환까지 했는데 꼭 그럴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청와대는 굳이 강수를 두었다.

최근 들어서는 느닷없이 봉하마을에 대한 공격이 터져나왔다. '노방궁'이라는 말까지 꺼내며 봉하마을의 호화실태 의혹을 제기했다. 봉하마을 인근을 철도노선이 지나게된 데 대한 의혹도 제기되었다. 얼마 전에는 노 전 대통령 종부세 문제까지 거론되었다.

한나라당이 다시 '반(反)노무현'의 깃발을 드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이 당초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려 했던 점을 생각하면 그 수순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고 나면, 차별화를 위해 이전 정부의 문제점들을 부각시키는 속성도 있으니 전혀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노무현을 정치로 불러들이고 있는 한나라당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보면 노 전 대통령에게 너무 집착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이미 대선을 통해 참여정부 5년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내려졌는데도 한나라당은 굳이 이를 다시 써먹으려 하는 모습이다. 결국 '반노' 정서에 다시 기대어 자신의 기반을 다지려는 모습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한나라당의 이러한 노무현 때리기가 결국 노 전 대통령을 다시 정국 한복판으로 불러내는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닐까. 그동안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 2.0' 사이트를 개설하기도 했고 종종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의견표명을 하기도 했지만, 아직은 정치개입 시비를 의식하는 모습이다. 그래서 선은 넘지않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을 향한 이러한 '도발'이 계속될 경우 계속 침묵 혹은 방어만 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명박 대 노무현'의 정국구도가 살아날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정치의 앞길을 위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그림이다.

한나라당이 이런 그림까지 내다보고, 그런 구도가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일까. 아직 그런 고차원적인 그림표를 갖고 노 전 대통령을 공격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현재로서는 노무현 정부의 시절의 실정을 부각시키고 '반노' 정서 확산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효과를 기대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결국 과거를 먹고사는 집권당이라는 얘기를 들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지난 정부가 잘못했던 점 가운데서 가릴 것은 가려내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진행되는 무차별적인 공세는 과거에 기대어 반사이익을 챙기려는 모습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집권한지도 8개월이 되고 있는데, 이제는 자신의 긍정적인 의제들을 가지고 정치를 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정치로 자꾸 불러내고 있는 것이, 그의 정치개입을 비난했던 한나라당이라는 점이 너무도 역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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