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들어 당혹스런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랄 일은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적 해이감이다.

보건복지부 이 봉화 차관을 비롯해 고위공직자 100여명이 농민들에게 지원하는 쌀 소득보전 직불금을 타먹은 것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쌀 직불금이 어떤 성격의 돈인지를 새삼 상기해보면 차마 해선 안 될 짓들을 저지를 꼴이다.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구입하고, 그것도 성이 차지 않아 손에 흙 한번 묻히지 않은 이들이 쌀 소득보전 직불금 까지 손댔으니 욕심 치고는 참 대단하다.

이 싹쓸이 탐욕에 국민들은 지금 화가 단단히 나있을 수밖에 없다.

사교육 업체나 사학으로부터 거액의 선거비용을 차용했다 해서 물의를 빚은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이 급식업체에서도 선거자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거듭 확산되고 있다.

학원, 사학, 급식업체 등 교육이권에 관계된 3개 부문이 모두 공 교육감에게 돈을 갖다 줬으니 서울시 교육의 앞날이 참 걱정이다.

권력의 마구잡이 칼 휘두르기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언론인 출신 공영방송의 사장이란 사람이 자신의 취임을 저지했다는 이유로 기자들의 목을 무 자르듯 댕궁 댕궁 잘라내고선 내가 잘못한 게 뭐 있냐며 배를 내미는가 하면, 소위 공권력을 지녔다는 권리로 청와대서 언짢은 눈치만 보이면 상대를 가릴 것 없이 앞장서서 행동대장 노릇 하려 기를 쓰는 망나니들도 많이도 생겨났다.

참으로 놀라운 국면이다. 물론 지난 정권에서도 이런 일들이 전혀 없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몰래 하는 시늉이라도 내던 일들이 새 정권에서는 그런 조심스러움 마저 없어졌다.

버젓이 저지르고 적절치 못함을 따지기라도 하면 그게 무슨 문제냐며 버티는 게 예삿일이 됐다.

더욱 심하게 대들기라도 할라치면 참여정부의 향수에 젖어있는 좌파로 내몰려 뭇매를 맞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전근대적인 일들이 갑자기 벌어지는 것일까.

여러 가지 분석들이 제기되지만 너무 오랜만에 권력의 칼 맛을 본 왜곡된 보수정권의 행태라는 지적이 가장 설득력 있게 다가선다.

이 아집은 집요하기 조차 해 국민 여론은 이미 눈 밖에 난 처지다.

도덕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친 정권 인사들을 아무리 비난하고 지탄해도 정권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제 식구 지키기에 나선 맹아적 힘의 논리인지, 다소의 도덕적 흠결이야 무슨 대수냐는 식의 정글 실용주의에 대한 지나친 신봉 탓인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숱하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권력의 단맛에 눈이 먼 집단 광풍이라는 광범위한 진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누가 써 붙인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광주시 교육감실에 들어서는 입구에 다음과 같은 의미심장한 글귀가 하나 걸려있다. 그 내용을 축약하면 다음과 같다.

“올라갈 때 보이지 않는 것이 내려갈 때는 보이더라.”

필자 또한 볼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곤 하지만, 권좌에 있는 지체 높은 분들이 뼈 속 깊이 곰씹어야 할 글귀임에 틀림없다.

MB정권의 인사들에게 참으로 권하고 싶은 글귀이기도 하다. 영원한 권력은 없으니 제발 내리막길을 생각해보라고.
저작권자 © 함평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