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그린벨트를 흔히 ‘도시공간 속의 허파’라고 부른다. 도심 주변에 드리워져 있는 녹지벨트가 맑은 공기와 함께 신선한 물을 제공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그린벨트로부터 수혜를 받고 살아온 주민들이 있는가 하면 그린벨트라는 공간에 강제로 갇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린벨트를 둘러싼 서민들의 말 못할 애환이 4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바닥까지 떨어진 자신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그린벨트 훼손’이라는 극약처방을 불사할 태세다. 반면에 '기업 프랜들리'라는 미명하에 부자들만 만세를 부르는 형국이 되고 있다.

최근 들어 수도권 주민을 의식한 대책 없는 정부의 포퓰리즘이 심각한 지경이다.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주는 식'의 인기영합적인 대책만 쏟아내는 이명박 정부의 실망감이 갈수록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 대통령은 “임기 중 무주택자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서민 주거안정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이해되지만 ‘집값 안정’이라는 전제가 선행돼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공급을 옥죄는 과도한 규제는 해제하되 시장 상황을 살펴가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특히 그린벨트 추가 해제문제는 미래세대까지 관통할 수 있는 공존의 시각에서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세상만사는 음과 양이 있기 마련이다. 어느 법이나 규정도 완전무결한 것은 없다. 현재 수도권은 인구집중이 심화되고 비수도권은 산업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런 경우 볍(法)의 조문(條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역 간 편차를 줄이는 노력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민생활은 말할 것도 없고 국가의 기반도 약화되기 때문이다. 당연히 정책은 음양(陰陽)의 조화를 추구해야 하고 각종 규정은 한쪽으로 치우치지 말아야 한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신뢰 상실, 일관성 결여 그리고 관리능력 부재가 경제 불안의 중대한 요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경제상황은 내우(內憂)에 외환(外患)이 겹친 것이라는 것이다.

어차피 10%대의 지지율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식물정부이다 보니,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라는 ‘막가파’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 실제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수도권에 300만 가구, 지방에 200만 가구 등 모두 500만 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이 가운데 60%는 선호도가 높은 도심에 건설된다. 이를 위해 25개 뉴타운이 새로 지정되고, 재건축, 재개발 규제 완화, 역세권의 용적률 상향 등 고밀도 개발이 추진되는가 하면 그린벨트가 우선 개발된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여의도 규모의 12배 규모나 되는 도심인근 그린벨트와 구릉 등에 아파트를 지으면 환경 훼손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더구나 현재 집계된 미분양 아파트가 14만 7000가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500만 호를 추가 공급할 경우 미분양아파트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보급율과 관계없이 2010년부터는 집이 남아돌아 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서울시의 주택 보급률은 아직 85%대로 전국 평균을 밑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수도권에 300만호 건설은 미친 짓이다.

주택보급률이 문제가 아니라 기형적인 주택보급 형태를 바로 잡는 게 우선이다. 더구나 주택 건설을 위해 그린벨트 훼손을 우선 고려하는 무책임한 정책은 결코 찬성할 수 없다. 그린벨트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0년 앞을 내다보고 만든 ‘도심의 허파’였다.

역대 대통령들도 이 그린벨트를 함부로 훼손하지는 못했다. 비록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인기 정책의 일환으로 일부 그린벨트를 풀어주기는 했으나, 이명박 대통령처럼 ‘막가파’식은 아니었다. 그린벨트는 도심에 남아 있는 마지막 휴식처라는 걸 알았으면 한다.

따라서 함부로 이를 훼손하는 것만은 누군가가 나서서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적임자는 바로 박 전 대통령의 따님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나서야 한다. 선친인 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선견지명(先見之明)으로 만들어진 ‘도시 공간속의 허파’와 같은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정책들을 어떤식으로든 막아 바로 세워야 만이 후세에 훌륭한 지도자로써의 덕목을 갖춘 부전여전(父傳女傳)이 되지 않을까 싶다.

정부의 9ㆍ19 부동산 대책은 적지않은 문제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도심확산 차단과 환경보전을 위해 도입한 그린벨트를 100만㎢나 풀어 주택 40만 가구를 짓는 방안은 환경훼손 논란을 피할 수 없다. 그린벨트 해제의 공익성과 환경보호의 정당성을 조화시키는 해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린벨트 해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해제 여부에 상관없이 그린벨트 곳곳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그린벨트와 관련해서는 보상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도 큰 문제이다. 수십 년 동안 그린벨트로 묶여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땅주인들은 보상조차 기대대로 받지 못할 경우 크게 반발할 것이다.

그렇다고 보상을 요구대로 해 주면 분양가가 올라가기 때문에 저렴한 주택 공급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가 어려워진다. 여기에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하는 환경단체의 반발도 자명하며 사회적인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편 그린벨트와 관련해 환경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환경단체의 반발이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녹색연합은 “그린벨트를 포기하는 녹색성장은 포크레인성장”이라며 “그린벨트의 가치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없이 필요하면 그린벨트부터 해제하는 것은 또 다른 개발주의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 조치가 그동안 그린벨트 안에서 관련법을 어겨가며 자연환경을 훼손한 업주들에게 그린벨트 해제라는 단비를 내리는 대신 그린벨트를 조금도 훼손하지 않고 자연환경을 그대로 유지한 서민들에게는 족쇄를 풀지 않는 그린벨트의 이중적 정책으로 이어진다면 비판 받아 마땅하다. 그린벨트 해제가 약(藥)이 될지 독(毒)이 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이제는 이 대통령이 경제의 막중함 앞에서 좀 겸손하고 자중하며,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거기서 의견을 모아 내놓은 경제정책들을 국민과 세계 경제계가 신뢰하는 쪽으로 이끌고 가는 지도자로 거듭났으면 한다.

지방의 균형발전 없이는 국가발전도, 선진국 진입도 어렵다.

갑작스런 수도권 규제완화는 대한민국 성장동력을 뿌리째 흔드는 것은 물론, 지방경제 황폐화로 IMF 구제금융과 같은 제 2의 국가부도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건설회사 사장도, 서울시장도 아니다.

이젠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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