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의 이익 실종된 행정, 의회 아쉬워...

올 11월 방영을 목표로 공연예술단체 ‘노리단’과 사전제작중인 KBS 어린이 드라마 ‘후토스-하늘을 나는 집’의 사업진행을 둘러싼 함평군과 의회의 힘겨루기가 군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5월 함평군은 KBS 어린이 드라마 ‘후토스’의 촬영장 세트를 함평군 대동면 운교리 내 자연생태공원 내에 유치하는 방안을 구두로 협의하고 자연생태공원 관리사업 소장이 의원간담회에 직접 나서 그 사실을 보고하고 의원들의 결의를 받아내었다.

내년에 있을 세계나비곤충 엑스포에 쏟아야 할 막대한 홍보비용을 감안한다면, 이번 사업은 신뢰성 높은 공중파 방송과의 제휴전략으로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미디어 선전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이 분명하다.

또한 애초에 원사업자인 KBS미디어실 측에서 세트장 구입비 명목으로만 9억원을 요구한터라 전체 사업을 함평군 직영으로 전환하여 4억원으로 (함평군 2억원, KBS 2억원) 축소시켜 계약 합의에 이른 것은 어떤 면으로 보나 성공적인 행정사례로 인정 받아야 할 성과임에 틀림없는 일이었다.

  © 7월 7일 첫 촬영이 시작된 후토스 촬영세트장

이후 관계직원들은 각 의원들과 개별적인 면담을 갖고 ‘후토스’사업의 유치배경과 기대효과를 설명하였고, 의원들도 사업취지에 동감을 표명해, 5월 25일에는 KBS와 계약체결에 이르렀는데, 문제는 그 이후 발생하였다. 타적목 관련 사업을 조사하기위해 자연생태공원을 현장 실사하던 의원들은 의회비준이 아직 안 된 후토스 세트장 건설이 90% 이상 완공된 현장을 목격하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 것이다.

그리고 결국 6월 29일에 있었던 2007년도 제1회 추가경정 예산안 심의에서 ‘후토스’사업 예산이 전체 삭감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이러한 결과는 무엇보다도 함평군민들의 이익에 위배됨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구나 사업성과를 떠나서 공영미디어와의 계약이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였다는 점은 함평군민을 포함한 함평군 전체의 공신력에도 크나큰 타격으로 작용할 것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 자연생태공원내에 제작된 후토스 세트장 전경

이번 사건을 바라보면서 함평군민의 심정은 아쉬움과 착잡함이 교차할 것이다.

함평군 입장에서는 긴급예산이라서 선집행 했다고 주장하지만 군행정이 앞장서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한다면, 어느 군민이 그러한 행정을 믿고 따를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예산삭감 당일, 예산계 담당 공무원이 의회를 방문해 ‘거칠게 항의한’ 웃지 못 할 사건은 두고두고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에 충분하다.

뒤늦게 군수가 의회를 찾아가 간담회를 갖고 ‘후토스’사업의 진정성을 호소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중요한 사안인 만큼 그 이전에 추가경정 심사에 행정을 대표하는 분이 직접 참석하여 사업경위를 상세히 설명하고 동의를 얻어냈으면 어땠었을까하는 아쉬움이 짙게 묻어나는 대목이다.

이번 5대 의회에서는 그동안 관행처럼 행해지던 일부사업의 사업비 선집행에 쐐기를 박았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질 수 있는 점도 사실이다. 문제는 그러한 방법의 본보기 대상으로 삼기에는 이번 사안이 너무 중대했다는 점이다.

세트장이 거의 완공될 때까지 그 사실을 몰랐다는 점 또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측면이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졌더라면 이런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심사관의 입장으로서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군민의 입장에 서서도 좀 더 큰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하고 싶은 것이다.

더불어 '주민참여예산제도'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행정과 의회의 대립을 조정하고 그것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이번 사건처럼 문제를 사전에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고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한다면, 그러한 제도는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사전협의를 통해 모든 사항들이 충분히 토론되고 여과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이 서둘러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드라마 촬영장면을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된 관람석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한편에서는 길들이기성 예산삭감이라는 주장이 있는가하면 다른한편에서는 막무가내식 행정이 빚은 결과라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러한 대립사이에서 결국 손해 보는 쪽은 언제나 군민이라는 사실이다. 이유를 막론하고 군민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대립적 양상이 군민을 볼모로 한 한낱 소모적인 힘겨루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제 세계적인 행사가 채 300여일도 남지 않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바로 지금이 전체적인 시스템의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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