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고위원 출사표 던진 안희정 전 참여포럼 집행위원장

2003년 대검 중수부의 불법대선자금 사건 수사과정에서 안희정씨가 '노무현 캠프'의 자금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구속돼 있을 때다.

그의 수사를 맡고 있던 한 고참간부가 담배 한 대 나눠피는 편한 자리에서 안씨에 대해 한 말이다. "참 웃기는 자다. 노무현 대통령을 자신들(참모들)의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라고 한다. 그래서 운영자금 마련도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노 대통령은 행복한 사람이다." 숱하게 봐온 다른 '보좌관-의원'들처럼 '꼬붕-오야붕'관계가 아니더라는 것이다.

통합민주당 전당대회의 최고위원 선거에 나가겠다는 안희정 전 참여정부평가포럼 집행위원장의 '출마의 변'을 듣기 위해, 지난 16일 마포구 공덕동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을 때도 그는 같은 말을 했다. "노 대통령을 만나기 이전부터 나는 민주화운동의 정치세력이었다.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출세하자는 게 아니라, 정당정치의 완성을 통해 민주주의를 완성하자는 것이 내 목표다. 새로운 정당정치를 통해, '100년 가는 정당'이라는 꿈을 이뤄내고 싶다."

"민주당 정체성 바로잡기 위해 나간다"

그는 이런 생각아래 "당의 적자, 젊은 세대의 적자로서 민주당의 정체성을 바로잡기 위해 출마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최근의 민주당정체성 논쟁에 대해 "당사에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 한 장을 찾아볼 수 없는 것이 민주당의 위기의 본질"이라며 "정체성 논쟁을 관념적으로 하지 말고, 두 분 사진을 걸어놓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고 잘라 말했다.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를 살펴 보는 것"이 정체성을 찾는 시작이고, "역사의 정통성이 정체성"이라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두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지금의 민주당을 지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옛민주당 당사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다. 결국 그의 말은 '민주당이 노무현에 대한 호부호형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일 수 있다. 그는 "두 대통령을 우리의 정통성으로 삼자는 것은, 이해관계에 따른 취사선택이 아니라 온전히 다 안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의 역사를 다 공백으로 만들고, 현실과 미래를 말할 수 있나. 왜 '통합'민주당인가, 단결하자는 것 아닌가"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민주세력의 최상의 메뉴를 내왔는데, 이것을 부정하고 어떻게 지지세력을 모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정동영, 김근태 전 장관의 '참여정부 실패'주장과 '민주세력 무능론 인정'이 손학규 대표로 연결되면서 한나라당의 '잃어버린 10년'주장에 대항하지 못했고, 그 결과 대선과 총선에서 참패했다는 시각이다.

"이미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걸었던 길이 제3의 길"

이는 손학규 대표의 '제3의 길'에 대한 비판으로 직결된다. 그는 "이미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온 길이 ' 제3의 길'이며, 민주정부 10년이 실패했다고 하는 사람들이 새로운 구호를 만들고 있는데, 참으로 갑갑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주장은 확신에 차 있지만, 그가 처한 상황은 녹록치 않다. 불법대선자금 사건으로 공천심사에서 배제됐고, 당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도 꺼려한다. 그는 "노 대통령의 측근으로만 생각하는데, 나도 당 생활 20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가져왔다. 제가 이 당에서 한번 커 보겠다고 하면 박수칠 분들 많다.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를 만난 건물은 그가 1988년 12월에 처음으로 정당생활을 시작한 통일민주당 당사였다. 1990년 3당 합당 때, 당시 노무현 의원이 반대발언을 하기 위해 오른팔을 번쩍 드는 사진의 배경도 이 건물 1층에 있던 회의실이었다고 한다. 김덕룡 의원 밑에 있던 그도 3당합당 합류를 거부해 이기택, 이철, 노무현 등이 남은 꼬마민주당의 당직자가 됐다. 그 몇 년 뒤 노무현 대통령과 결합해 이후 정치행보를 같이 해왔다.

노 대통령의 퇴임 이후 독자행보를 시작한 그가 어떤 결과를 얻느냐는 것도,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의 관심거리 중의 하나가 됐다.

 

다음은 인터뷰 문답. 

- 지난 총선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민주개혁세력의 명백한 후퇴이자, 패배다. 우리 지지자들을 결집시키지 못한 것이 패배 원인이다."

-정치권의 386세력은 평가를 받은 것 아닌가. 

"동의할 수 없다. 국민은 그들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게 아니다. 민주당이 국민에게 선택받지 못한 것이다. 386세력이 참여정부를 그리고 지금의 민주당을 주도했던 것도 아니다.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을 386이 떠받들었고, 386세대가 심판받았다고 하는 것은 일부 언론권력의 전략이라고 봐야 한다.

'김영상 정부는 PK정권', '김대중 정부는 호남정권', '노무현 정권은 386정권'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방을 소수화시키는 언론권력의 착시효과다. " "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심사대상에서조차도 배제된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 봐도 옳지 않다. 세부 항목으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런데 법조항 따진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가 속한 조직의 발전을 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소속으로 나서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공천을 못 받으면 탈당해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일이 비일비재해서, 젊은 사람으로서는 그런 '상식'을 따라 갈 수가 없었다."(웃음) "지지도가 보여주는 것처럼, 초반점수는 실패작이다. 그 동안 시장만능주의 밖에 없었다. 민영화, 감세, 작은 정부를 아무리 외쳐도 영국 같은 데는 우리보다 큰 정부다.

지금은 다이어트 할 것도 없는 사람이 다이어트하는 것이다. 시장주의 원칙이라도 지켜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내마음 대로'다. 짝퉁 시장주의자가 박정희식 권위주의를 갖고 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미사대주의가 결합돼 있다."

"대안세력으로서, 수권정당으로서 인정받아야 하는데, 지금 체제로는 어렵다. 당의 정체성이 이래서는 안된다. 여러 선배들이 여러 진단 내리는데, 저는 정당정치 후배로서 원망스럽다. 당사에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 한 장을 볼수 없다. 이게 위기의 본질이다. 정체성 논쟁을 관념적으로 하지 말고, 두 분 사진을 걸어놓는 것에서 시작하면 된다.

두 대통령을 찍었던 사람들이 지금 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겠나. 역사의 정통성이 정체성이다. 한나라당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대통령에 비해 우리는 자랑스런 대통령을 갖고 있지 않나. 3당 야합때는 당직자로 반대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작은 일을 한 '20년 정당인'으로서 하는 말이다.

민주정부 10년을 만든 국민들이 지금은 표를 줄 데가 없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되찾은 10년'이라고 했다. 후손들은 영광도 상처도 다 이어받아야 할 책임도 있다. 물론 거기에 함몰하고 안주하자는 게 아니라, 긍지를 이어받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나라를 거덜 냈나, 팔아먹었나. 선배정치인들에게 '역사속에서 단결하자'고 호소하고 싶다. 이게 민주당의 정체성이고 정통성이고, 민주당을 단결시키는 첫걸음이다."

"두 대통령을 이어받아 그것을 온전하게 우리의 정통성으로 삼자는 것은, 이해관계에 따른 취사선택이 아니라 온전히 다 안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의 역사를 다 공백으로 만들고, 현실과 미래를 말할 수 있나. 왜 '통합'민주당인가, 단결하자는 것 아닌가."

- 왜 최고위원 선거에 나섰나.

"민주당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당의 정통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래야 이전 두 정부를 지지했던 국민들을 모아 낼 수 있고, 야당-민주화 운동 30년과 민주정부 10년의 역사를 모두 우리의 긍지로 삼아서 내일을 계획할 수 있다. 또 정통성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저도 그 일원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에 실망한 많은 시민들과 우리 지지자들에게 제가 희망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로 공정하고 투명한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열린우리당은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세분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호남에 갇힌 지역구도를 타파하고, 1인지배정치가 사라진 상황에서 어떤 당을 만들 것이냐는 고민에서 나온 것이다. 열린우리당이 실패한 것은 공정하고 투명한 리더십이 없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을 흔쾌하게 반기지 않는 당에서, 공천에서도 배제됐던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사가 최고위원에 나서는 것인데.

"저를 노 대통령의 측근으로만 보는 분들 많은데, 저도 당 생활한지 20년 됐다. 저도 수많은 사람들과 의미있는 관계를 가져왔다. 이 당의 적자로서, 젊은 세대의 적자로서 제가 이 당에서 한번 커 보겠다고 하면 박수칠 분들 많다.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부한다.

새로운 정당정치를 통해, '100년 가는 정당'이라는 꿈을 이뤄내고 싶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기 전부터 저는 민주화운동의 정치세력이었다.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출세하자는 게 아니라, 정당정치의 완성을 통해 민주주의를 완성하자는 것이 제 목표다. "

"유시민은 좌절했고, 5년동안 놀면서 힘비축한 나는 더 두드려 보겠다는 것"

- 유시민 의원은 총선 전에 "통합민주당에 정당성과 정통성이 있느냐"고 했었다. 민주당을 민주개혁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인데, 동의하나.

"지난 10년을 부정한 세력에 대한 당연한 비판이다. 저는 그것을 어떻게 고칠 것이냐 하는 고민에서 출마하는 것이다. 역사의 정통성을 살리고,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그 노력하는 길에서 유 의원과 약간의 방법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생각은 비슷한데, 방법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뭔가.

"유 의원은 민주당에서 좌절했고, 저는 5년동안 놀았기 때문에 그동안 비축한 힘으로 더 두드려보겠다는 것이다. (웃음) 유 의원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2002년 대선때는 '노무현 지킴이'로 개혁당을 만들었고, 열린우리당에 와서는 당의 개혁과 혁신에 기여하려다가 계속 좌절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상도동-동교동’틀에서 활동했던 우리는 어떻겠나. 더 위로하면서 힘을 모아가자는 것이다.

저는 정당인이다. 정당인으로서 현재 민주당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이냐 하는 것은 제가 시도하고 도전할 일이다. 그렇게 해서 또 후배정당인들이 자꾸 도전하면서 당이 바뀌는 것 아닌가. 유진산의 당이 '김영삼-김대중의 40대 기수론'으로 바뀌듯이 말이다."

-민주당의 진로에 대해 손학규 대표는 '제3의 길', 천정배 의원은 진보개혁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미 10년이 있었다. 10부작이 있었다. 그것을 다 보고 11부작을 짜야 하는 것 아닌가. 과거와 연결되는 논의를 했으면 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주의-시장경제 동시발전을 계승한 것이 노 대통령의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동반성장론'이다. 또 노 대통령의 평화번영정책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의 계승발전이었다.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정치인 중에 가장 똑똑하다는 김대중 대통령과 가장 성실하다는 노무현 대통령이 그동안 만들어온 것을 갖고 있다. .

지난 두 번의 정부에서 민주세력의 최선의 메뉴를 내온 것인데, 지금 '제3의길' 이런 얘기를 하면 국민들이 못 알아 듣는다.

지금 우리 당에 수도권규제 완화, 종부세 인하에 적절히 타협하자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2008년의 민주주의자라면, 이런 전선들에서 비타협적으로 싸워야 한다. 우리 당의 후보가 강남에 출마해서 한나라당과 똑같이 종부세 폐지를 주장하면 어떻게 하겠나. 이 세금이 자기 고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설명해야 한다. 이런 것에 대해 당지도부도, 후보도 아무 말 못한다.

정체성문제의 본질은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부터 살펴 보는 것이다. 그 길의 적자로서 안희정의 도전의 의미가 있다. 단순히 '노무현 대통령의 한 측근'으로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참모들을 '나를위해 충성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역사에 충성하는 사람들'이라 했다. 그래서 '동업자'라고 하는 것이다."

"국정원의 검색이 아이들 문자질을 못 당한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손학규 대표는 다른 길을 걷다가 온 것인데.

"그래서 손 대표가 많은 고생을 하는 것이다. 우리 세력의 대선후보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이미 말했었다. 그 동안 고생도 많이 하셨고, 총선도 이끌어왔기 때문에 각박하게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지금 이명박정부는 ABR(Anything But Roh-노무현 정책만 아니면 모두)정책이다. 수도권규제철폐, 복지예산 삭감 등 성장일변도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민주정부 10년이 실패했다는 사람들이 말하기 갑갑하니까 새로운 구호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게 더 갑갑한 일이다. 이미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걸었던 길이 제3의 길이었다."

-귀향한 노 전 대통령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왜 그렇다고 보나.

"지난 11일에 봉하마을에 갔었다. 그날까지 방문객이 32만명이라고 하더라. 대통령께서 그동안 많이 고생하지 않으셨나. 자기 개인이 아니라 우리 모두를 위해 고생하고 헌신한 사람들에게는 마음이 쏠린다. 방문객들이 '그 동안 욕을 많이 해서 미안하다'고 한단다. 현재 이명박 정부와 비교되는 것도 있을 것이고, 노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재평가라고 본다면, 총선결과를 설명하기 어렵지 않나.

"노 대통령 재임중에는 잘못한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임기 끝내고 뒤돌아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 아닌가."

-전 대통령의 '측근인사'로서, 현 대통령의 핵심측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시대와 국민의 역량을 믿고 계획을 잡으라고 말하고 싶다. 국정원과 감사원을 아무리 풀어놔도 시민들의 카메라가 더 빠르다. 국정원의 검색이 아이들의 문자질을 못당한다. 이런 우리 사회의 역량을, 대통령의 통치력으로 계획해서 끌고가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대통령의 통치력에도 집권세력의 정치력에도 도움이 안된다. 통치력이라는 기존의 통념을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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